이현승, “네덜란드 선수들한테 사인 받아야겠네”

[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안준철 기자] “솔직히 네덜란드에 누가 나오는지 잘 모른다.”

좌완 이현승(34·두산)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불펜의 핵으로 떠올랐다. 아직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합류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이현승은 2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렸던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투구수 9개로 탈삼진 2개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현승은 “얼떨결에 던졌다. 사실 경기 전에 ‘프로는 실력으로 보여준다’고 말한 게 건방지게 비쳤을까봐 걸렸다. 그래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습경기도 실전처럼 최선을 다해 던지자고 생각했다. 현재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만족스럽다. 제구 위주의 피칭을 했고, 코너에 던지려고 했는데, 잘 먹혔다. 연습경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봤다. 던질 수 있는 구종도 다 던졌고, 카운트 싸움도 해봤다”고 덧붙였다.

22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5회말 WBC대표팀 이현승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투수들은 WBC공인구 적응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도 넘어야 한다. 미국 롤링스사의 제품이 한국이나 일본에서 제작된 공보다, 훨씩 미끄럽고 실밥도 도드라져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현승은 “솔직히 미끄러운지 잘 모르겠다. 원래 공을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국내로 돌아왔을 때 다소 춥지 않았냐는 질문에 “너무 따뜻한 곳에만 있어서인지, 몸이 처지는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추운 게 좋다”며 “어제(23일)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새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도 든다. 기대보다는 부담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물론 두산에서 큰 경기를 많이 치러서 경기에서 뛰는 것보다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기대가 크면 그 기대에 부응을 해야 하는데, 부응할 수 있게 준비는 잘 하겠다”고 각오를 던졌다.



아무래도 1라운드 상대 중 네덜란드가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췄다. 네덜란드는 잰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와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 등 현역 메이저리거와 일본프로야구 홈런왕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스왈로스)까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다. 김인식 감독도 “내야만 봤을 때는 메이저리그 준(準)대표팀이다”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현승에 대해 네덜란드 어떤 타자와 상대하고 싶냐고 묻자 “사실 네덜란드는 잘 모른다”면서 “보가츠나 시몬스가 나오나요?”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이현승은 “우와, 사인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도 우리가 이길 것이다.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다소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그쪽도 나에 대해 잘 모를 것이고, 나도 네덜런드 선수를 잘 모른다. 야구는 똑같고, 내가 던질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던지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든든한 이현승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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