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주자가 가득 찬 만루 상황. 경기를 뛰는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이를 지켜보는 팬들도 가슴 조리기는 마찬가지다. 한 번에 대량 득점할 수 있는 만루 찬스. 유독 만루에서 강한 타자들이 있다.
만루 찬스는 승부를 한순간에 뒤집기 좋다. KIA는 지난 8일 광주 한화전에서 접전 끝에 9-5로 승리했다. 승부처는 7회말이었다. 나지완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KIA는 2사 만루에서 안치홍의 만루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넥센 역시 만루 찬스 덕을 봤다. 비록 연장 접전 끝에 9-10으로 패했으나 큰 점수차를 좁히며 LG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4-9로 뒤지던 7회말 1사 만루에서 김하성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이어 볼넷,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총 4점을 기록한 넥센은 8-9로 점수차를 좁혔고 8회말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 KBO리그 공식 만루 사나이는?
이범호는 17년 동안 통산 15개의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KBO리그 1위. 사진=MK스포츠 DB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만루홈런을 친 타자는 이범호(36·KIA)다. 이범호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17년 동안 만루홈런 15개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9월 23일 창원 NC전에서 3-4인 5회초 무사 만루에서 에릭 해커의 초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면서 통산 15번째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8일 현재 올해 96경기 출전해 타율 0.252 314타수 79안타 19홈런 67타점을 기록 중인 이범호. ‘한 방’이 있는 믿음직스러운 베테랑이다. 특히 득점권에서 타율은 0.282(85타수 24안타)다. 만루일 때 타율은 0.333(15타수 5안타)이다. 올해 만루 찬스에서 홈런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2루타 3개를 뽑아내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현역 선수 중 이범호 다음으로 만루홈런을 많이 친 타자는 10개를 기록한 강민호(롯데), 이승엽(삼성), 이호준(NC)이 전부다.
◆ 2017년 새롭게 떠오른 만루 사나이들 올해 만루홈런을 가장 많이 친 팀은 넥센과 LG다. 8일 현재 6개씩을 기록 중이다. 두산, KIA, SK가 5개로 그 뒤를 쫓고 있다. 또 만루 찬스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때린 팀은 넥센(46개)이다.
만루에 강한 넥센. 그 중심에 있는 타자는 김하성(22)이다. 시즌 128경기 출전해 타율 0.297 474타수 141안타 21홈런 105타점으로 팀의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올해 만루홈런만 3개를 쏘아 올렸다. 지난 5월 18일 고척 한화전에서 첫 만루포를 기록하더니 한 달 만인 6월 17일 고척 롯데전에서 2번째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5일 뒤 대전 한화전에서도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제대로 손맛을 봤다. 이번 시즌 김하성의 득점권 타율은 0.360(139타수 50안타). 만루에서의 타율은 0.526(19타수 10안타)에 달한다.
LG 역시 올해 들어 만루홈런을 많이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났다. 베테랑 박용택(38)과 양석환(26)이 만루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양석환은 나지완(KIA)과 함께 올해 만루홈런 2개를 기록 중이다. 5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첫 만루홈런을 기록한 그는 6월 24일 고척 LG전에서 두 번째 만루포를 쳤다.
양석환은 이번 시즌 만루홈런 2개를 기록했다. 사진=MK스포츠 DB
박용택은 지난 8월 3일 잠실 롯데전에서 만루홈런을 기록해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홈런은 1개가 전부지만 만루 찬스에서 적시타가 많다. 올해 박용택은 만루에서 타율 0.556 9타수 5안타(2루타 3개) 19타점을 기록 중이다.
◆ 만루가 좋다! 진정한 ‘상남자들’ 만루에 강한 김하성, 양석환, 박용택에게 비결을 물었다. 득점권, 특히 만루에서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 타자 모두 비슷한 말을 건넸다.
김하성은 “만루일 때는 점수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더 집중하는 편이다”며 “부담 갖지 않고 평소대로 치려고 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만루홈런을 쳐봤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겨 찬스를 잘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용택은 지난 8월 3일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만루 상황에서 적시타가 많은 타자다. 사진=MK스포츠 DB
양석환 역시 “주자가 1루에 있거나 3루, 만루 등 득점권 상황에 따라 느낌은 다르지만 평소대로 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며 “특히 이번 시즌 만루홈런을 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박용택은 농담 섞인 말로 “주자들이 나가있으면 점수를 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기쁘고 만루일 땐 더 좋다”며 웃었다. 이어 “득점권에서 타석에 서면 집중력이 생겨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