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좋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개막전 주전 좌익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4월 9일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는 델린 베탄세스를 상대로 결승 적시타를 때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입지는 서서히 줄어들었다. 신인 트레이 만시니의 등장이 결정타였다. 좌익수, 1루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장타력도 갖춘, 여기에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만시니의 등장으로 김현수는 점차 기회를 잃어갔다. 4월 13경기에서 40타석을 소화했던 그는 5월들어 11경기 29타석으로 눈에 띄게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런 그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6월 15일 주전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가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만시니가 1루수로 옮겨갔고, 김현수는 좌익수로 선발 출전하는 기회가 잦아졌다.
이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김현수는 데이비스가 부상자 명단에 오른 기간 18경기(선발 14경기)에 나섰지만, 타율 0.186 출루율 0.265 장타율 0.186에 그치며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실패했다.
결국 데이비스가 복귀한 이후 다시 기회는 줄어들었고, 결국 지난 7월 30일 오리올스가 제레미 헬릭슨을 받는 조건으로 좌완 투수 가렛 클레빈저와 함께 김현수를 필라델피아로 이적시켰다.
김현수는 처음부터 필라델피아가 원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헬릭슨의 연봉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데려온 선수였다. 트레이드 직후 다시 양도지명을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는 그에게 기회를 줬다. 좌익수로 수비 범위를 제한했던 볼티모어와 달리, 필라델피아는 그를 우익수로도 기용하며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줬다. 기존 외야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그 빈자리를 대체했다.
그러나 필리스도 시즌 뒤 FA가 되는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는 없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필리스는 아론 알테어, 리스 호스킨스, 닉 윌리엄스 등 젊은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코너 외야수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김현수는 9월 10일 워싱턴 원정 이후 한 번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대타나 대수비로만 출전했다.
이번 시즌 김현수는 벤치에 앉는 일이 많았다. FA 시장에 나오게 될 그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사진=ⓒAFPBBNews = News1
시즌이 끝나면서 김현수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김현수가 지난 2년간 보여준 모습은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에서 매력을 끌기 어렵다. 처음 소개됐을 때처럼 출루 능력이 탁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비가 좋거나 발이 빠르거나 장타력이 두드러진 것도 아니다. 같은 시기 이적시장에 나올 좌타 외야수들의 면모만 살펴봐도(아래 내용 참조) 그가 이전 계약(2년 700만 달러)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현수는 그의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 2015년 겨울에도 "거물급 외야수들과는 나란히 할 수 없지만, 두번째 그룹에서는 정상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메이저리그 계약을 얻었다. 이번에도 빈틈을 노린다면(혹은 선수 자신이 결단을 내린다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