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은 김윤석 감독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보감독답지 않은 디테일한 묘사와 앵글이 돋보인다. 특히 거친 매력의 그가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흥미롭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이다. 자신의 첫 연출작인 만큼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윤석은 극 중 모든 사건의 시발점인 대원까지 직접 연기한다. 이는 그만큼 대원이라는 인물이 중요한 역할이라는 방증이다.
'미성년'이 오는 11일 개봉한다. 사진=영화 '미성년' 포스터
겉으로 보기에 대원은 그저 무책임하고 철없는 인물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수습하기는커녕 도망치고 숨기기 바쁘다. 전형적인 아이의 모습이다. 그는 이따금씩 등장해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일뿐이다. 대원과 함께 사고를 저지른 미희(김소진 분) 역시 현실을 외면하기 바쁘다. 감상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어린 윤아(박세진 분)와 주리(김혜준 분)가 그들이 할 일을 대신한다. 물론 실질적인 해결은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영주(염정아 분)의 몫이다.
김윤석 감독은 이를 통해 사회구조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한다. 대게 책임져야할 사람은 회피하고 덮기 바쁘다. 덕분에 그들이 만든 고통의 무게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전가된다.
물론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만 이것이 우리 사회 속 깊게 뿌리내린 권위주의의 민낯이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소위 말하는 꼰대들의 본질이다.
'미성년'이 오는 11일 개봉한다. 사진=영화 '미성년' 스틸
아울러 ‘미성년’은 대원의 역할이 미비하다보니 모성애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미성년’에서는 아이를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도 모두 여성들, 아이들이다. 우유는 이를 시각화한 것으로서 기능한다. 가령 ‘미성년’ 프롤로그 속 영주는 주리에게 딸기우유와 초코우유를 준다. 어린 영주는 이를 챙긴다. 대원은 주리에게 “무얼 먹을 것이냐”고 묻는다. 주리는 “모른다. 친구가 뭘 먹을지 모르니까”라고 대답한다. 대원은 이를 통해 아이의 마음이 자신보다 크다고 느낀다.
영화에서도 고등학생이 된 주리가 친구에게 딸기우유와 초코우유를 건네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는 매번 친구가 선택하고 남은 것을 마신다. 그리고 그 짧은 장면 안에는 주리에 대한 영주의 마음과 가르침, 추억이 모두 담겨 있다.
대원이라는 인물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가 망가지고 바보처럼 보일수록 다른 배역들의 상처와 노력이 돋보일 수 있는 까닭이다. 동시에 그런 면모가 강조될수록 대원은 이 시대 가장들을 대변하는 인물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그렇듯, 관객들은 대원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만 갖고 미운 캐릭터라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불륜은 변명 불가한 큰 죄다. 이를 숨긴 것은 더욱 큰 잘못이다. 다만 대원은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거짓말이란 두려움에 기인한 것이다. 대원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가정의 파탄이었다. 그는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바보 같은 선택을 저지른 수많은 아버지 중 한 사람이다.
‘미성년’은 전개, 묘사 등이 대단히 사실적이다. 등장인물들도 평범하다. 하지만 이들이 겪은 이야기는 특별하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