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화 이글스가 외야수 이용규(34)를 다시 품었다. 하지만 올 시즌 내세웠던 리빌딩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자인한 모양새가 됐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이용규의 징계 해제를 전격 발표했다. 이용규는 지난 3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해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한화 구단은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시기와 진행방식이 팀 질서와 기강을 무너뜨리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해 2+1년 총액 26억 원에 한화와
다시 계약을 한 뒤 트레이드를 요구해 일종의 괘씸죄 성격도 강했다.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은 FA 계약 당시 구단과 감정이 상한 점도 있었지만, 포지션 변경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올 시즌 내야수 정근우(37)를 중견수로 기용하려 했다. 정근우가 중견수로 옮기면, 그 동안 중견수를 맡았던 이용규는 좌익수로 이동해야 된다. 또 타순도 테이블세터에서 9번으로 이동이 확정적이었다.
물론 개막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용규가 경솔했다는 게 야구계의 지배적인 반응이었다. 팬들의 여론도 좋지 않았다. 개인을 앞세운 즉흥적인 발언이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용규는 서산 육성군으로 갔다가 홀로 훈련을 해왔다. 연봉도 절반으로 깎였다. 팀 분위기를 망치고 이기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기에 그에게 흥미를 보인 구단도 없었고, 다시 그라운드를 밟는다는 기약조차 없어졌다. 이용규의 선수 생명은 그렇게 끝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화 구단도 상처가 많았다. 지난 시즌 한용덕 감독 부임 후 정규시즌 3위로,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얻은 자신감은, 최하위권으로 처진 팀 성적에 무참히 꺾이고 말았다. 공개적으로 리빌딩을 선언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베테랑 선수들과 감독·구단과의 갈등만 부각됐다. 3위를 차지한 지난 시즌 말미에도 베테랑과의 갈등으로 팀 분위기가 처진 전례도 있고, 이용규의 돌발행위 자체가 이런 시선을 굳혀버렸다.
더구나 이용규의 빈자리는 컸다. 정근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애초 계획은 꼬이기 시작했다.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중견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전체적으로 팀이 흔들렸다. 부상에서 복귀한 정근우도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정근우는 애초 2루수 출신이다. 지난해 정은원(19)에 2루수 자리를 넘겨주고 1루수로 옮겼던 정근우는 위치가 애매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문 외야수라면 쉽게 처리할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면서 한화 전체적인 수비가 불안정해졌다. 장진혁(26)이라는 새 얼굴이 외야 한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2일 현재 93경기에서 타율 0.242 출루율 0.302 등으로 주전급이라는 인상은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9월에 접어든 시점에서 9위에 머물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최하위를 다투는 모양새다. 결국 이용규 징계 해제는 젊은 얼굴을 키우겠다는 시즌 초 구상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꼴이 됐다. 신구조화가 핵심인 리빌딩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온전히 배제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실패 사례로 보여준 셈이 되기도 했다. 야심 차게 내세운 리빌딩은 전면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편 이용규는 1일 대전구장을 찾아 한용덕 감독과 선수단과 만나 다시 한 번 사과의 인사를 전했다. 선수단도 이용규를 반겼다. 당장 올 시즌 이용규가 1군에 복귀하긴 힘들다. 한화 구단도 다시 이용규를 서산 육성군으로 보내 몸을 만들게 하고, 마무리 훈련부터 함께할 계획이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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