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자,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카메라는 지나치게 역동적이다가도 때로는 다큐멘터리처럼 정적이다. 하나의 거대한 세계, 대체로 부조리한 세계에 놓인 인물들을 어떻게 비출 것인지에 대한 거대한 질문이자 스스로 내놓은 해답이다.
표면적 스토리를 따라가다가 맞닥뜨리는 뜻밖의 진실과 그에 따르는 당혹감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영화적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강자에 의해 약자 포지션에 놓이는 국가과 시민의 이야기를 자신의 신념대로 카메라에 담아내는 그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부패와 권력, 강자와 약자를 역동적으로 담는 카메라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시티 오브 갓’(2002)이다. 이 영화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표현하는 그의 행보가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3년여 시간이 지난 후 차기작 ‘콘스탄트 가드너’(2005)에서는 제3세계 착취 현실을 스릴러 장르에 녹여냈다.
‘시티 오브 갓’은 70년대 브라질 빈민촌의 고질적 문제인 미성년 갱단 현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갱단에 합류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소외된 계층에 속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속한 계층은 국가 내 존재하는 계급적 격차와 부패한 권력 등에 의해 더 올라 갈 수 없는 위치에 놓이고 만다. 불균형은 균열을 만들고 결국 수많은 균열이 파괴를 만든다.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 현실을 한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티 오브 갓’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연출 스타일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전문배우인 어린 배우들의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연기와 소름 돋을 만큼 섬뜩한 폭력 묘사가 너무도 생생하다. 이 모든 건 마치 잔인한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현란한 화면으로 담긴다. 이러한 그의 연출 방식과 폭력의 묘사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으나 거칠게 끓어오르는 현실을 가감없이 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지지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영화 ‘시티 오브 갓’ 포스터 사진=프리비젼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 포스터 사진=영화 ‘콘스탄트 가드너’
‘콘스탄트 가드너’는 인권운동가 테사와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의 외교관 저스틴이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뒤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다. 결혼한 두 사람은 곧 태어날 2세를 기다리며 평온한 나날을 보내지만 테사는 거대 제약회사 쓰리비의 음모를 파헤치려 하고, 저스틴은 그런 테사를 이해하지 못해 충돌한다. 그러던 중 UN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동료와 함께 로키로 떠났던 테사가 사망한다. 저스틴은 배후에 음모가 있음을 직감하고, 거대 제약회사와 정부가 수백만 민간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거대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제3세계를 착취하는지에 대한 고발이다. 케냐 정부의 부패를 들춰 케냐에서는 금지된 존 르 카레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데, 강대국에 의해 힘을 잃은 아프리카 환자들의 생명이 철저한 계산속에 아무렇지 않게 이용되는 문제적 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양이 곧 경쟁력이라는 말처럼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생사를 나누는 어처구니없는 비윤리적 행태의 자행을 처절하게 응시한다. 이때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시선은 역동적이지만 차분하고, 스릴러 장르를 따르면서 다큐멘터리 성질을 가져 영화적 흥미를 자극한다.
영화 ‘두 교황’ 사진=넷플릭스
◇ 그도 따뜻하고 유쾌할 수 있다 그동안 자신만의 영화적 기조를 유지했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기존보다 좀 더 따뜻하고 유쾌한 영화로 돌아왔다.
지난 11일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2005년 교황으로 선출되었으나 2013년 자진 사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2013년 예수회 출신 최초로 제266대 교황이 된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종교적 색채가 진한 영화라고 생각해 거리를 둘 수도 있겠지만 비신자들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가 금방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의 놀라운 연기와 유머러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테마를 유쾌하게 그린 연출이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제77회 골든글로브어워드 극영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조너선 프라이스), 남우조연상(앤서니 홉킨스), 각본상 등 총 4개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화제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