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연임 성공한 이기흥 ‘반 이기흥 연대’ 무산으로 어부지리 34년 전 대선의 ‘1노 3김’ 데자뷔 4년 전 선거 때도 친여권 자중지란으로 당선 [MK스포츠] 지난 18일 치러진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915표(46.4%)의 지지를 얻어 연임에 성공한 이기흥(66) 당선자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나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 같다.
20일 중앙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은 이 당선자는 이번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인 작년 12월 29일 ‘반 이기흥 연대’가 깨지면서 일찌감치 승세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 당선자는 4년 전인 2016년 10월 5일 실시된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린 3명의 여권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바람에 33%의 득표로 무난히 당선됐었다. (별표 참조)
이번 선거는 34년 전 ‘1노 3김’으로 치러져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던 1987년 12월 16일의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다시 보는 기시감(旣視感·데자뷔)도 떨쳐 버릴 수 없다.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직선제 개헌과 김대중 등 정치인 사면 복권을 주요 내용으로 한 ‘6.29 선언’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도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야권의 민주화 세력은 단일화를 외면하고 끝까지 완주했다. 그 결과 노태우는 김영삼(28%) 김대중(27%) 김종필(8%)을 제치고 36%의 득표율로 당선됐었다. 야권의 자중지란 결과였다.
이기흥(오른쪽) 회장은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에서 제41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증을 교부받았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2위를 한 강신욱(66) 단국대 스포츠과학대 교수가 507표(25.7%), 3위에 머문 이종걸(64)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이 423표(21.4%), 유준상(79) 대한요트협회 회장이 129표(6.5%)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산술적 계산이긴 하지만 강신욱과 이종걸의 득표만 합산해도 930표(47%)로 이기흥을 능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기간 서울 송파구 오금동 한국유도원 3층에 캠프를 차린 이기흥 진영은 강신욱, 이종걸, 유준상 세 후보의 스타일로 미루어 처음부터 ‘반 이기흥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선거 전략을 짰다는 후문이다. 이기흥 당선 ‘일등공신’은 다선 국회의원 출신 이번 선거 역시 이기흥 당선의 ‘일등공신’은 역설적으로 국회의원 출신 후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마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했던 5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종걸 민화협 의장과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이 각각 3위와 4위에 머물러 결과적으로 현직 대학교수로 비교적 선전해 507표로 2위를 차지한 강신욱 교수의 발목만 잡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마감 직전 아슬아슬하게 후보 등록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의 중진인 이종걸 의장은 전국의 더불어민주당 조직을 동원해 치열한 득표 공작을 벌였으나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종걸 의장은 또 투표 4일을 앞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1조 원의 코로나19 피해 보상금을 확보해 선수, 지도자 등 체육 관련 종사자 10만 명에게 각각 1000만 원씩을 지급하겠다고 선심성 공약을 발표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했다. 지난달 22일 대한요트협회 회장 선거에서 고배를 들고 1주일 뒤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한 유준상 회장은 득표율이 6.5%에 그쳐 기탁금 7000만 원도 날아갔다. 낙선하더라도 기탁금을 되찾기 위해서는 득표율이 15% 이상이어야 한다. 이기흥 당선자는 4년 전 회장 선거에서도 19대 국회의원 출신인 이에리사(67) 전 태릉선수촌장이 마감 직전에 등록, 친여권 후보의 지지표가 3등분 되면서 당시 2위였던 장호성 단국대 총장을 81표 차로 누른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장영달(73) 우석대 명예총장이 2번의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의 변을 밝히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선거법 위반 전력 때문에 도중하차하면서 바통을 이종걸 의장에게 넘겼다. 또 2013년과 2016년,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이에리사, 부산 사하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45) 등도 출마와 관련해 입장을 번복하는 등 국회의원 출신 후보들의 부정적 행태가 체육인들의 인구에 회자했다.
이기흥, IOC위원 유지…올림픽 유치 등 현안 산적 한편 이번 선거는 특별한 정책 제시와 대안 마련보다는 인신공격과 비방이 난무하는 등 혼탁한 양상을 보였으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진흙탕 싸움’의 후폭풍도 예상된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종걸 후보의 발언을 사직 당국에 수사 의뢰했다. 위원회는 지난 15일 제14차 위원회를 열고 이종걸 후보가 지난 9일 개최된 제1차 정책토론회 중 ‘이기흥 후보 직계비속의 체육단체 위장 취업·횡령’과 관련한 발언 내용에 대해 사직 당국에 수사 의뢰했다. 따라서 후보들 간 고발·제소와 관련, ‘이기흥 2기’ 체육회 집행부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출범하게 됐다. 그런데도 꽤 높은 지지율로 연임에 성공, 향후 이기흥 체제는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스포츠 인권 존중 ▲복지증진 ▲일자리확충 ▲전문체육 생활체육 학교체육의 선순환 구조 마련 ▲체육지도자의 직업 안정성 확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해 11월20일부터 들어간 직무 정지를 19일 해제했고 2월19일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제2기 임기를 시작한다. 오는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2024년 7월 파리하계올림픽 준비 및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 등 임기 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그는 “체육계가 저의 IOC 위원직을 지켜줘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갔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용인대 객원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