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 끝에 도쿄올림픽 기간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와 일명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동시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를 무시해버렸다.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 디자인은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며 “욱일기가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도쿄올림픽 경기장에 욱일기 반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IOC와 한국 간의 대화는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올림픽 기간) 욱일기 문제에 대해 (기존과 같이) 변경이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거주층 전경. 사진=ⓒAFPBBNews = News1
한마디로 IOC 결정을 뭉개겠다는 심보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지난 14일 일본 도쿄 주오구 하루미에 위치한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거주층에 ‘신에게는 아직 5000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1597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도 제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서 착안한 문구다. 이는 도쿄올림픽에 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문구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사실이 일본 내에도 알려지며 일본 측은 ‘반일 메시지’라고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IOC가 한국 측에 철거 압력을 넣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일본 침략전쟁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 역시 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IOC가 모든 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에도 올림픽 헌장 50조를 적용하기로 약속했다.
지난 2019년 프리미어19 한일전 당시 도쿄돔에 등장한 욱일기. 사진=천정환 기자
하지만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한국과 IOC의 협의를 무시하고 나오면서 국내에서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앞서 IOC는 독도 문제를 놓고도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반도기에 독도에 대해 일본 측의 항의에 IOC는 역시 올림픽 헌장 50조를 들어 삭제 압력을 넣었고, 한국 선수단이 이를 받아들였다. 더욱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가리켜 “대립을 조장하는 일은 좋지 않다”고 발언했는데, 조직위의 무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올림픽 개막 전부터 일본에 치이고, 일본의 졸개라는 비난을 받는 IOC에 의해 이래저래 한국스포츠만 외로운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