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 사태에 싹튼 노메달 기운…대안 없던 감독까지 모든 게 꼬였다 [MK시선]

'예고된 참사.' 이번 한국 야구대표팀 노메달 빈손 귀국에 가장 많이 나오는 수식어다.

참사를 예고할 수 없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많았다. 이미 대표팀 소집 때부터 분위기는 별로였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올림픽 2연패는 사실 불가능한 미션이었을지도 모른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의 화려한 멤버에 기가 눌렸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전직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유망주 포함 소식에 금메달은 더더욱 못 오를 나무처럼 된 것도 사실이다.

7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1사 2루에서 오승환이 도미니카 메이에스에게 투런포를 허용하자 양의지가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경쟁팀들이 최정예 멤버로 팀워크를 다지는 사이, 한국 야구대표팀은 어처구니 없는 사태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대표팀 주전 2루수로 낙점한 박민우(28·NC)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낀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졌고, 방역수칙 위반과 거짓 진술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어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용할 자원으로 꼽힌 한현희(28·키움)도 원정 숙소를 이탈해 문제가 된 술자리에 참석한 것이 알려졌고, 역시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 대표팀에서 내려와야 했다. 둘은 거짓 진술 혐의까지 더해져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이미 둘로 인해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도쿄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뽑힌 선수들은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터였다. 코로나19에 확진되진 않았지만, 둘은 국가대표의 지위를 이용해 백신까지 맞아놓고 술을 퍼마시러 다녔다. 야구를 잘 모르는 국민들은 상처를 줬다.



둘을 대신해 김경문 감독은 김진욱(19·롯데)과 오승환(39·삼성)을 대체 선수로 뽑았다. 박민우 대신 김진욱을 뽑아 내야수는 한명이 줄었다. 2루수 자원은 최주환(33·SSG)만 남았다. 여기서 또 다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마운드 구성도 확실한 선발 자원은 없었다. 오승환은 기존에 뽑아놓은 조상우(27·키움), 고우석(23·LG)과 스타일이 겹친다는 시선이 많았다. 은퇴를 앞둔 오승환의 구위가 이전같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여러 이유로 대며 "금메달을 따서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났다. 한국 야구의 성적표는 6개팀 중 4위다. 김경문 감독은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전에서 2-7로 완패한 뒤에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아쉽지 않다”라는 말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올 시즌 풀타임 유격수인 김혜성(22·키움)을 2루수로 기용하다가 여의치 않자, 소속팀에서는 2루수로 나서보지도 않은 황재균(34·kt)을 2루수로 기용했다. 최주환은 햄스트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대타로 역할을 한정했다. 최종 엔트리 선발 당시 2루수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정은원(21·한화)을 뽑지 않아 여러 말이 나왔다. 박민우 이탈에도 정은원은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진 않았다. 다만 신인임에도 대표팀에 승선한 이의리(19·KIA), 김진욱에 대해서는 “좌완이고, 한국 야구의 미래를 생각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도 김경문 감독은 별로 한 일이 없다. 6-5로 앞선 8회 오승환을 2이닝 마무리로 올렸다가 5실점하는 걸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오승환은 한현희 이탈로 대신 선발된 자원이다.

잔뜩 꼬인 실타래가 더욱 꼬여버린 김경문호의 행보였다. 이럴 때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너무 안일했다. 전략은 없었고, 핑계는 많았다. 노메달이 되자 김경문 감독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여론은 한국 야구의 노메달을 반기고 있다. 선수들의 배에 기름이 잔뜩 껴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고액 연봉자 중 제대로 밥값을 한 선수를 꼽으면 주장 김현수(33·LG) 정도다. FA(프리에이전트) 대박을 터트린 선수들은 거친 표현으로 ‘죽을 쒔다.’

어디서부터 꼬인 실타래인지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 물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일부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패색이 짙어지자 멍한 표현으로 질겅질겅 씹던 껌을 입 밖으로 삐쭉 내보이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실망만 안겨준 김경문호, 한국 야구였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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