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변화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입고 있는 유니폼이 갑작스럽게 바뀌었지만 자신의 원했던 성과를 손에 쥐었다.
키움 히어로즈 우완 정찬헌(31)은 14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와 함께 팀의 5-1 승리를 견인했다. 시즌 7승을 수확하며 데뷔 첫 두 자릿 수 승수 달성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정찬헌에게 이날 승리는 의미가 크다. 지난달 27일 LG 트윈스에서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뒤 나선 첫 1군 선발등판에서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후반기 활약을 예고했다. 또 심적인 부담을 덜어낸 채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등판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4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7승을 수확한 키움 히어로즈 투수 정찬헌. 사진=김재현 기자
정찬헌도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팀을 옮겼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특별한 감정 없이 마운드에 올랐다”면서도 동료들이 챙겨 준 이적 후 첫승 기념구를 손에 들고 나타나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찬헌은 다만 투심 패스트볼 위주의 피칭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찬헌은 이날 직구 계열은 모두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LG 시절과는 다르게 포심 패스트볼은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않았다. 최고구속은 140km로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공 끝이 지저분했고 두산 타자들은 이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움직임이 좋은 투심 패스트볼은 주무기인 낙차 큰 너클커브와 포크볼과도 큰 시너지를 냈다. 2회, 6회를 제외한 다른 이닝들은 투구수가 15개를 넘지 않으면서 경제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
정찬헌은 이에 대해 “LG에서 전반기 종료 후 내 포심이 밋밋하다는 걸 느꼈다. 트레이드 전 경헌호 LG 투수코치님과 함께 후반기를 위해 투심 패스트볼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반기 성적이 12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4.03으로 준수했음에도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신무기를 개발했다.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하게 팀을 옮기게 됐지만 정찬헌은 자신이 구상했던 대로 ‘투시머’로의 길을 고집했다. 송신영 키움 투수코치도 베테랑인 정찬헌의 뜻을 지지해 주면서 순조롭게 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정찬헌은 “한창 좋을 때 직구 구위가 더는 나오지 않는다면 스트라이크 존 근처에서 공 끝에 변화를 주면서 던지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힘이 떨어진 직구를 던져서 맞을 바에는 투심을 활용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키움으로 이적한 후 송신영 투수코치님께 투심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며 “흔쾌히 저를 믿고 던지고 싶은 대로 던져보라고 해주셨는데 다행히 첫 경기부터 잘 풀어나갔던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