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2025시즌 외인 투수 농사는 대체 뭐였을까.
롯데는 2025 프로야구 정규시즌서 7위에 머무르며 2018년 이후 8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가 가을야구에 선 것은 정규시즌 3위로 준PO에 직행했었던 지난 2017년이 마지막이다. 그런데 시즌이 마무리 된 현재 롯데 외인의 현재 모습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알렉 감보아가 작별을 암시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려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감보아는 최근 자신의 SNS에 “KBO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줄 롯데 구성원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면서 “같은 언어를 쓰지 않고고 팀원, 스태프, 팬들과 평생의 우정을 쌓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올 시즌 롯데에서의 경험들을 회고했다.
감보아는 앞서 지난 5월 중순 기존 외인 투수였던 찰리 반즈가 부상과 부진으로 물러난 이후 교체 외국인 선수로 처음 KBO 무대를 밟았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감보아는 6~7월 월별 평균자책 1점대의 놀라운 활약을 펼쳐 단숨에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9월에는 3패 평균자책 9.68로 부진했고 롯데의 가을야구 탈락을 막지 못했다. 결국 감보아는 19경기서 7승 8패 평균자책 3.58이란 성적을 남기고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감보아와 롯데의 내년 시즌 동행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감보아는 “팬들의 열정과 에너지, 그들의 흔들리지 않는 신뢰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내게 다가왔다. 홈인 사직구장이든 원정이든 가리지 않고 쏟아졌던 팬들의 지지는 내 일상을 가득 채웠다. 나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내 가슴속에 늘 특별한 공간을 차지할 것”이라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사실상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셈이다. 내년 절치부심 다시 가을야구를 노려야 할 롯데의 입장에서도 시즌 막바지 감보아가 보여준 불안함과 전문 선발투수로서 경험이 최근 적다는 점은 확정적으로 재계약을 추진할 수 없게 할 리스크다. 여러모로 감보아와의 작별이 가까워진 모양새다.
대체 외국인 투수가 다음 시즌을 함께할 수 없다면 결과적으로 외인 전력 구상은 원점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많은 외인 선수들이 시즌 중도 합류 이후 다음 시즌까지 추가 풀타임 계약을 원한다는 점에서도 감보아가 작별하는 건 성적 여하를 떠나 여러모로 아쉬운 결과다.
이런 가운데 롯데 팬들에게는 더 화가 날 만한 상황도 벌어졌다. 바로 지난 8월 기량 부족을 이유로 교체된 외인 터커 데이비슨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33인의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기 때문. 롯데에서는 11승을 올린 박세웅과 32세이브를 기록한 김원중이 함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성적만 보면 후보 선정의 배경이 충분하다. 데이비슨은 올 시즌 22경기서 10승 5패 평균자책 3.65의 성적을 기록했다. 시즌을 일찌감치 마쳤지만 다승 부문에선 리그 공동 17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다.
문제는 데이비슨을 대신해 롯데에 합류한 외인 케인 벨라스케즈가 합류 이후 11경기서 1승 4패 평균자책 8.23에 그치며 철저한 영입 실패 사례로 끝났다는 점이다. 결과론이지만 데이비슨을 교체하고 벨라스케즈를 데려온 롯데의 선택은 25시즌 최고의 패착이 됐다.
올 시즌 한화의 폰세, SSG의 앤더슨, NC의 라일리, 삼성의 후라도, LG의 치리노스, KIA의 네일 등을 비롯해 각 팀의 외국인 투수들이 리그를 지배하는 1선발로 활약한 것은 물론, 보통 2선발로 활약한 나머지 1명의 외인 투수들도 준수한 활약을 펼쳐 외인 강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롯데는 결과적으로 중도에 교체된 데이비슨만이 골든글러브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외인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이지 않았다. 큰 힘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거기다 시즌 초반 8연승을 질주하며 커리어하이를 쓸 기세였던 박세웅도 용두사미 시즌에 그치면서 마운드 힘이 떨어진 후반기 속절 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2025시즌 롯데의 외인 투수 농사는 확실히 실패했다. 2026시즌 롯데가 다시 가을야구를 노리기 위해선 팀 전력의 50%라는 이야기를 듣는 외인 선발진의 확실한 보강이 필수적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