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선수의 언행이 논란이 된 후 예술·체육요원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 축소 및 폐지 주장이 탄력받고 있다. 하지만 체육계는 이에 대해 제도 확대 및 세분화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뒤 일부 선수의 언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방의 의무를 조롱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왔고, 대중의 날 선 시선이 쏟아졌다.
해당 선수들은 ‘감정이 앞섰던 행동’이라며 거듭 사과했고, 대한축구협회는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국가대표 소양·윤리 교육 강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계속 이어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등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해당 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체육계는 병역특례 제도의 축소·폐지에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과거보다 식은 아시안게임에 관한 관심도,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에 편향된 경쟁력 등 형평성에 대한 지적에 공감했으나, 종목별 국제 경쟁력 약화와 선수들의 경력 단절, 스타 선수 발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체육계의 공통된 의견은 ‘제도의 보완과 변화’다.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세분화를 통해 종목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체육계 사정에 정통한 A 관계자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 중 군 복무를 마친 선수들도 있고, 병역특례를 통해 또 한 번 국제종합대회에 도전할 수 있게 된 선수도 있다. 또, 복무 도중 병역특례를 받게 된 선수도 있다”라며 “병역특례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일부 선수가 병역특례를 받으면서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할 수 있는 선수층의 문호가 더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체육부대가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자원을 제도가 흡수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B 관계자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언행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대회를 준비하며 흘린 땀방울과 노고까지 모두 폄훼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짚으며 “정치권이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아쉽다. 제도의 축소나 폐지에 대한 논의는 보다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서 나아가 앞으로 이들의 경력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할지 고민하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C 관계자는 “제도를 일방적으로 없애기보다는 포인트나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종목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기존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입상자 기준 외에도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아선수권 등 권위 있는 국제대회 입상 실적을 점수화해 합산하는 방식이다. 단 한 번의 입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성과를 통해 기준을 충족하게 만든다면, 선수들이 단발성 활약에 그치지 않고 연속성을 갖고 국제무대에 진지하게 임하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제안했다.
병역특례 제도 축소·폐지 논의를 떠나 선수들의 실질적인 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D 관계자는 “운동선수에게 신체 능력이 곧 자산이다. 군 복무로 인해 긴 공백이 생기면 기량 저하를 피하기 어렵고, 이는 곧 해당 종목의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목별 국군체육부대의 인원 증설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는 제한된 인원만 상무에 입대할 수 있는 구조”라며 “과거 축구의 경우 상무와 함께 경찰축구단이 운영돼 더 많은 선수가 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군체육부대는 제1경기대(복싱·유도·레슬링·태권도·수영·육상·체조·역도·양궁·펜싱·사이클·사격·근대5종·바이애슬론)와 제2경기대(축구·야구·배드민턴·배구·테니스·하키·탁구·여자축구·농구·핸드볼·럭비)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군별로 팀이 다양화된다면 육군 대 해군, 공군 대 해병대 등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라며 “선수들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기량 단절 걱정 없이 훈련을 이어가고, 국가대표 차출 시 국제대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꾸준히 확대와 축소를 반복한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부터 시행됐다. 꾸준히 제도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온 가운데, 이번 논란으로 곪았던 게 터졌다는 반응도 있다. 시대에 맞춰 제도가 바뀔 필요는 있다. 다만 이슈화로 인한 정치권의 일방적인 움직임이 아닌, 예술·체육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한 논의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