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두고 각 이해관계자들의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K팝 팬들 사이에서는 SM 아티스트와 음악 특유의 색깔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가 주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SMP(SM Music Performance)’와 ‘핑크블러드’로 대변되는 SM 아티스트 팬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이번 이슈의 또 다른 키라는 해석이 나온다.
#. 멀티 레이블 체제 직접 경험 없는 SM 팬덤 ‘핑크 블러드’ 잃을까 우려…하이브 “완전한 자율성 보장”
SM 측은 하이브가 SM의 대주주가 될 경우, K팝 산업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SM 아티스트들의 활동도 후순위로 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한 K팝 팬덤에서는 ‘핑크 블러드’라고 불리는 SM만의 고유의 색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하이브는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다양한 레이블들을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며 SM의 독창성 역시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SM엔터테인먼트의 팬, 아티스트, 구성원 및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메시지’를 통해 “하이브 멀티레이블 체제의 핵심은 ‘크리에이터의 영혼을 담은 창작물에 대해 완전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SM이 쌓아온 레거시,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SM 고유의 색채를 지닌 독자적인 콘텐츠가 하이브의 비즈니스 모델과 네트워크 역량을 발판삼아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하이브는 2019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에 돌입했다. CJ ENM과의 합작법인 빌리프랩에 이어 쏘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KOZ 엔터테인먼트를 차례로 인수하며 K팝 씬에서 상당한 체급의 아티스트들을 한 지붕 아래 모은 당시 빅히트의 행보에 팬덤과 업계 사이에서는 낯선 시각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이브에 합류한 이후에도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음악적 색깔은 그대로 유지되는 등 아티스트의 핵심 DNA가 유지되면서도 IP 비즈니스의 확장, 플랫폼 활용 등 팬덤의 경험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시너지가 창출되며 멀티 레이블 체제의 장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르세라핌과 뉴진스의 동시 성공,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의구심 해소 계기
우려의 시각은 지난해 르세라핌과 뉴진스의 성공으로 말끔히 사라졌다. 하이브 산하의 레이블 쏘스뮤직과 어도어에서 5월, 7월에 각각 데뷔한 두 걸그룹은 각기 다른 콘셉트와 음악 색깔로 다양한 취향을 가진 글로벌 K팝 팬덤을 사로잡았다. 르세라핌은 ‘FEARLESS’와 ‘ANTIFRAGILE’(안티프래자일)을 발표하며 당당한 매력과 놀라운 퍼포먼스로 눈길을 끄는 한편, 뉴진스는 ‘Attention’, ‘Hypeboy’에 이어 ‘Ditto’, ‘OMG’을 통해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두 그룹의 성공은 체감 인기는 물론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2일 진행한 하이브 실적발표에서는 르세라핌과 뉴진스 모두가 지난해 하이브의 성장을 이끈 주요 아티스트로 소개됐다. 뉴진스는 ‘OMG’ 앨범이 초동 70만 장의 판매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100만 장 이상 판매되는 한편, 6개월 전 발매한 데뷔앨범 역시 100만 장 이상이 판매되며 반년 만에 두 개의 밀리언셀러 음반을 보유한 아티스트가 되었다고 하이브는 밝혔다. 르세라핌은 역대 케이팝 걸그룹 일본 데뷔 초동 신기록을 세우고 월간 싱글 랭킹 1위를 기록했으며, 다음 달 열리는 첫 팬미팅의 티켓이 오픈 5분 만에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하이브 CEO는 “이렇게 다양한 팀이 동시다발적이면서도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2019년부터 시작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각각의 레이블이 자신들의 색깔을 지켜나가며 확고한 독립성과 개성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전략”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멀티레이블 전략’의 힘 체감한 하이브, SM ‘핑크블러드’ 희석시키지 않을 것
멀티레이블 전략으로 팬덤 확보와 실적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하이브가 SM의 ‘핑크블러드’를 희석 시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이미 ‘독창성’과 ‘독립성’의 효과를 경험한 하이브가 개성 강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와 음악적 다양성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하이브가 추구하는 음악적 다양성은 북미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하이브는 미국 본사 하이브 아메리카를 통해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한 데에 이어, 지난 2월에는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QC 미디어 홀딩스의 인수를 발표하며 멀티 레이블 전략을 더욱 고도화 하려는 일환으로, 북미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장르에 해당하는 힙합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해 장르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인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SM과 하이브 양사의 결합은 아직 나아갈 길이 먼 K팝의 글로벌 진출에 가속 엔진이 되어줄 것이라고 IB업계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K-팝 1~4세대 아우르는 글로벌 탑티어 아티스트 라인업이 확장되고,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 및 체계적인 현지 활동 지원, 지역적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도 양사의 결합을 주목하며 긍정적인 시너지 창출을 전망했다. 아티스트이자 레이블 서비스 회사 DFSB Collective의 사장인 Bernie Ch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케이팝 산업 역사상 보거나 들어본 것 중 가장 큰 ‘원투 파워 펀치’일 것 같다”며 “이 결합이 HYBE를 “Big 3” 글로벌 메이저 음반사 소니(SNE), 유니버설, 워너 뮤직과 같은 리그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