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의 건강 멘토로 떠올랐던 정희원 전 서울아산병원 교수의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전 동료와의 법적 공방이 성추문으로까지 비화하자, 방송사 측이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22일 MBC 라디오 표준FM ‘정희원의 라디오 쉼표’가 방송 시작을 불과 5분 남겨두고 돌연 폐지됐다. 제작진은 이날 오전 생방송 직전 공지를 통해 “진행자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프로그램 대신 ‘라디오 문화센터’를 긴급 편성한다”며 청취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사실상 지난 19일 방송이 마지막 인사가 된 셈이다. 하차 과정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프로그램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즉시 삭제됐으며, 구독자 2만여 명이 즐겨 찾던 유튜브 채널의 모든 콘텐츠 역시 비공개 처리됐다. ‘저속노화’라는 키워드로 쌓아 올린 그의 방송 커리어가 순식간에 공중분해 된 것이다.
이번 폐지는 정 씨를 둘러싼 사생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데 따른 조치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출신이자 서울시 건강총괄관을 맡고 있던 정 씨는 최근 전 직장 동료 A씨(30대 여성)를 스토킹 및 공갈 미수 혐의로 고소하며 피해를 호소했다.
하지만 A씨가 정면 반박에 나서며 상황은 반전됐다. A씨는 정 씨를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저작권법 위반, 무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A씨 측은 “이번 사건은 단순 스토킹이 아닌,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한 젠더 기반 폭력”이라고 주장하며, 두 사람이 주고받은 사적인 메신저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단순한 스토킹 피해 호소가 성비위 및 갑질 의혹이 얽힌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자, 정 씨는 최근 서울시에 사의를 표명하고 건강총괄관 직에서도 물러날 뜻을 밝혔다.
건강하고 지혜로운 삶을 설파하던 전문가가 가장 시끄러운 사생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그를 믿고 따르던 대중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