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인 듯 복귀 아닌, 기이한 ‘유령 컴백’이다. 편집실에서는 살아남았지만, 홍보의 최전선에서는 가차 없이 삭제당했다. 각종 논란으로 자숙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박나래가 디즈니+를 통해 대중 앞에 강제 소환된다. ‘노 컷(No Cut)’을 택한 제작진의 결정은 과연 뚝심일까, 아니면 구독자를 담보로 한 배짱일까.
디즈니+는 4일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49’를 오는 11일 공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제는 출연진 명단에 포함된 이름, 바로 박나래다.
‘운명전쟁49’는 49인의 운명술사들이 모여 미션을 수행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박나래는 전현무, 박하선, 신동, 강지영 등과 함께 메인 패널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박나래가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휘말리며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하자, 이미 촬영을 마친 ‘운명전쟁49’ 측은 딜레마에 빠졌다. 메인 패널인 그녀를 통편집할 경우 프로그램의 서사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 아래, 결국 제작진은 ‘박나래 분량 고수’ 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하지만 그 방식은 비겁했다. 방송 분량은 살려두되, 대중의 눈이 닿는 예고편, 포스터, 스틸컷 등 홍보물에서는 박나래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워버린 것. 이는 논란의 불씨는 피하고 싶으면서도, 콘텐츠의 완성도는 포기할 수 없다는 플랫폼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현재 박나래는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채 철저한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혼자 산다’ 하차 이후 사실상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춘 그녀에게, 이번 ‘운명전쟁49’의 공개는 달갑지 않은 타이밍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의 촬영분이 공개됨으로써, 대중에게는 ‘자숙 중 활동 재개’라는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인 디즈니+는 국내 여론의 민감도보다 콘텐츠 공급 일정을 우선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포스터에서 얼굴을 가린다고 해서, 영상 속에 존재하는 박나래의 목소리와 리액션까지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는 11일 공개될 ‘운명전쟁49’. 프로그램의 재미와 별개로, 화면 속에 존재하는 ‘자숙 연예인’과 포스터에는 없는 ‘투명 인간’ 사이의 괴리감은 고스란히 시청자가 감내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