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영화의 잔상을 지우고 넷플릭스 시리즈만의 풍성해진 서사로 무장한 정지우 감독의 ‘스캔들’이 베일을 벗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정지우 감독과 배우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참석했다.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정지우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스캔들’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로 옮겨온 작품이다.
정지우 감독은 “‘스캔들’은 18세기에 씌여진 프랑스 원작 소설을 조선을 배경으로 바꾼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깊은 유대감이 있었던 남녀가 마음의 미련이 남아서 게임을 시작하게 되고 그 게임에 난대없이 말려든 사람이 있다. 그 세사람이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예측할 수 없는 속마음이 드러나게 되고 당당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조선 후기가 정교하고 세련된 사회였던 것 같더라. 아주 멋지게 그려보고 싶었다. 손예진 배우가 연기한 조씨부인과 나나가 연기한 희연 캐릭터 사이의 관계가 이전 이야기들에서는 만들어진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들어보고 싶었던 게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스캔들’에는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만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케미스트리를 완성한다. 세 사람은 금기의 시대 조선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욕망을 지닌 인물로 분해, 유혹의 내기에 얽히며 변화하는 감정과 관계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손예진은 ”감독님과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스캔들’을 리메이크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씨부인을 제안 주셨을 때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대본을 읽으면서 조씨부인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컸다. 그런 감정을 제가 이제는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오랜만에 사극을 한다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저에게는 선택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지창욱은 ”‘위험한 관계’라는 고전 소설이 원작인데 그 원작이 주는 인물의 미묘한 감정이라던가 인물간의 관계라던가 그런 것들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2026년에 재해석 해서 만든다고 했을 때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과의 작업도 기대가 많이 됐던 것 같다. 손예진, 나나 배우들과의 작업도 굉장히 기대가 됐다. 사실은 되게 재밌었던 것 같다. 손예진, 나나 정말 색깔이 다른 배우들과 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재밌는 경험이었고 작업이었다“라고 전했다.
나나 역시 ”감독님의 오래 전부터 팬“이라고 팬심을 드러내며 ”작품을 너무나 잘 봤고 존경하는 감독님이셨는데 감독님이 연출하는 사극 ‘스캔들’을 어떻게 리메이크할까부터 시작이 됐다. 저한테 주어진 역할이 배우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였고, 캐릭터 자체가 제 안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성격의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한 걸 제 모습 그대로를 대입해서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손예진, 지창욱 배우들과 함께 한다면 너무 영광이었다. 정말 기대감 뿜뿜해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출연 이유를 이야기했다.
정지우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배우들을 선택을 한 게 아니라 선택을 받은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일단 손예진 배우와 조씨부인을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첫 번째였다. 손예진은 매우 신기한 사람이다. 이야기를 어깨에 얹고 캐릭터를 믿게 만들어서 전체를 책임지는 힘이 슈퍼히어로 같다. 어떻게 저렇게 하고 싶나 기분을 매번 느꼈던 배우여서, 꼭 함께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지창욱의 경우 조원 캐릭터가 다정한 남자여야했다. 지창욱이 한 이전의 작품에서 다정한 성격을 연기할 때 정말 좋았다. 그래서 다정한 조원을 함께 연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유머까지 한스푼 해줘서 진짜 감사했다. 나나는 이 캐릭터가 소위 말하는 전통적인 여인상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나나가 그것에 썩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캐릭터를 믿게 만드는 힘에 대해 감탄하면서 작업했다”라고 설명했다.
‘스캔들’은 고전의 서사를 바탕으로 하되,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 것을 갈망하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려는 인물들의 욕망을 더욱 다층적으로 확장하며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 주체적인 삶을 찾고자 하는 ‘조씨부인’, 가문과 지위의 압박 속에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좇는 ‘조원’,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희연’까지, 여기에 시리즈만의 촘촘한 호흡 속에서 내기에 얽힌 인물들의 감정선과 심리를 섬세하게 파고드는 정지우 감독의 연출이 매혹적인 긴장감과 깊이 있는 몰입을 더한다.
정지우 감독은 “이 작품은 원작에서 캐릭터부터 관계를 다시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직접 보시면 매우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세세한 설명은 작품을 보시면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하며 “조씨부인과 희연 사이의 관계는 원작의 있지 않았던 이야기였는데 그 이야기를 두툼하고 생생하게 만든 것에 큰 의도가 있었다”라고 차별점을 이야기했다.
특히 원작인 프랑스 작가의 1782년 소설 ‘위험한 관계’는 물론,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는 상황. 손예진은 “이미지적인 것들이 잔상에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스캔들’은 시리즈물로 풀다보니까 각자의 인물 서사들이 훨씬 많이 들어가있다. 그게 벌써 2003년 작품이라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 새롭게 봐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조씨부인의 또 다른 매력은 더 서사가 쌓이면서 내기를 하면서의 심리전, 그리고 조씨부인이 희연을 바라보는 것들이 굉장히 묘해진다. 궁금증이 일어나게 되는 시리즈가 될 것”라고 전했다.
이어 ”볼거리도 많고 귀도 즐겁고 그 속에서 각자의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시리즈가 끝나고 되게 많은 생각을 하시게 될 거다. 즐기면서 보실 수 있는 드라마 같다“라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종로(서울)=손진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