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최불암이 별세한 가운데, 생전 ‘수사반장’에서 함께한 김상순·조경환·남성훈을 먼저 떠나보낸 뒤 자신이 받은 공로상까지 동료들에게 바쳤던 모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8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제13회 코리아드라마어워즈. 55년 연기 인생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한 최불암은 무대에서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 뒤 먼저 떠난 동료 형사들을 불렀다.
“이러한 상을 받을 때는 동지들을 생각합니다. 하늘에 계신 동지들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습니다. 어이, 이 상 받아!”
최불암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트로피를 쥔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가 상을 바친 동료들은 MBC ‘수사반장’에서 함께했던 김상순과 조경환, 남성훈이었다. 박영한 반장으로 형사들을 이끌었던 최불암은 세 사람이 먼저 떠난 뒤에도 자신의 수상 순간에 그들의 이름을 잊지 않았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송된 ‘수사반장’은 최고 시청률 70%를 넘기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최불암을 중심으로 김상순, 조경환, 남성훈이 각기 다른 개성의 형사를 연기하며 18년 동안 안방극장을 지켰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 동료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남성훈이 2002년 10월 18일 별세했고, 조경환이 2012년 10월 13일, 김상순이 2015년 8월 25일 뒤를 이었다. 지난 29일 최불암마저 향년 87세로 별세하면서 사진 속 대표 형사 4인방 모두 고인이 됐다.
그런데 최불암이 시상식 무대에서 먼저 떠난 동료를 챙긴 것은 2022년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2년 12월 30일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는 그해 10월 세상을 떠난 조경환에게 공로상이 수여됐다.
조경환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사람은 최불암이었다.
“경환아, 나다.”
최불암은 먼저 떠난 동료의 이름을 부르며 그가 직접 무대에 서서 상을 받아야 하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객석에는 조경환의 딸도 자리하고 있었다. 최불암은 후배들이 축하하고 있으니 마음껏 기뻐하라는 말로 고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2012년에는 동료의 공로상을 대신 받았고, 10년 뒤인 2022년에는 자신이 받은 공로상을 세상을 떠난 동료들에게 바쳤다.
그사이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 있던 김상순도 세상을 떠났다.
최불암은 2015년 김상순의 별세 당시 자신이 반장으로 이끌었던 형사들이 모두 먼저 떠났다며 가슴 아파했다.
특히 가까이에서 건강을 살피고 아픈 곳은 없는지 물었어야 했다며 후회했다.
“이승에서 못한 일 저승에서 숙제가 남았습니다.”
그에게 ‘수사반장’ 동료들은 단순히 오랜 세월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아니었다.
2024년 방송된 MBC ‘돌아온 레전드 수사반장’에서 최불암은 옛 동료들의 사진을 마주하자 한 사람씩 이름을 불렀다.
“동지들이 다 여기 있네. 오래간만이야.”
조경환과 김상순의 이름을 부르던 최불암은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모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눴어야 한다며 홀로 남겨진 마음을 털어놨다.
최불암은 18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식사와 술자리까지 함께했으니 가족이 아닐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동료들을 그리워하던 최불암은 같은 해 방송된 MBC ‘수사반장 1958’에서 다시 박영한 반장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2024년 5월 18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백발의 박 반장은 오랜 세월 입었던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동료 형사들의 묘비를 찾았다.
극 중 묘비에는 김상순과 조경환, 남성훈을 비롯해 원작에 함께 출연했던 고 김호정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도 새겨져 있었다. 실제 배우들의 묘역이 아닌 드라마 속 장면이었다.
박 반장은 묘비 앞에 국화꽃을 한 송이씩 놓으며 오랜만이라고 인사했다.
“잘 있었어? 건강하지?”
마치 살아 있는 동료들과 대화하듯 안부를 묻던 그는 보고 싶었던 마음을 꺼냈다.
“너희 보고 싶어선지 잠이 잘 안 와.”
동료들의 묘비 곁에 한참 앉아 있던 박 반장은 잠시 졸다가 다시 눈을 떴다.
해가 저물자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묘비를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모여 있어서 재밌겠다.”
그리고 먼저 떠난 형사들에게 거수경례를 올렸다.
“안녕, 잘 있어.”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