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에 베니스에서 다시 은사자를 품에 안았다.
12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 13일 오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팔라초 델 치네마 살라 그란데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은 이후 24년 만에 다시 베니스의 수상자로 섰다.
이 감독은 “오늘 이 귀한 상을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또 24년 만에 아름다운 축제에 저를 불러주신 베니스 영화제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4년 전 베니스에서 이 감독이 꺼냈던 말에도 ‘사랑’이 있었다.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당시 그는 “사랑이든 영화든 낡아져 버린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 숨은 의미를 관객들과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24년 뒤 다시 베니스에 가져온 영화의 제목은 ‘가능한 사랑’이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아내 미옥(전도연 분),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남편 상우(조인성 분) 등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두 부부가 만나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최근 베니스에서 “세상이 이렇게 변화해 가고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구조 속에 나의 삶이 들어가 버렸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의 삶을 구원해주는 것은 다른 인간과의 사랑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24년 전 ‘사랑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고 했던 이 감독은 이날 시상대에서도 답 대신 질문을 남겼다. 그는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여러분들께서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의 기다림과 인내에도 감사를 전했다. 이 감독은 “특히 이 영화를 기다리느라고 매일 술을 마셔야 했던 제작자 이준동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고, 오래전에 접어야 했던 이야기를 다시 살려 함께 작업한 오정미 작가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현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을 직접 호명했다. 이 감독은 네 배우를 향해 “이 상은 여러분들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버닝’ 이후 8년 만의 신작인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의 첫 넷플릭스 영화다.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이달 23일부터 극장에서 일정 기간 상영될 예정이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