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는 이기혁. 올해 강원FC 상승세의 주역이다.
강원은 2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4라운드 FC서울과 홈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강원은 17승 7무 10패(승점 58)이 됐다. 앞서 파이널A 진출 팀 모두가 무승부를 기록했다. 강원만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에서 유일하게 승전고를 올리며 승점 3을 추가했고 김천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선두 울산과의 격차도 4점 차로 좁혔다.
이기고 싶었던 상대인 서울을 꺾는 수확도 있었다. 무려 7경기 만이었다. 이번 시즌 3번의 맞대결에서 1무 2패로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우승 경쟁 중요한 길목에서 천금같은 승리를 따내며 미소 지었다.
윤정환 감독표 ‘변형 5백’이 지난 인천유나이티드전에 이어 서울에게도 적중했다. 포메이션 시트상 4-3-3 포메이션을 내세웠지만, 미드필더 이기혁이 중앙 수비수 역할로 내려가며 수비 시에는 5-4-1 형태를 만들었다.
촘촘한 수비 간격으로 서울의 공격을 막아냈고, 여러 차례 위기와 고비가 있었지만, 이를 넘겼다. 그리고 후반 2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빈의 헤더 결승골이 터지며 홈 팬들과 함께 승리를 만끽했다.
이기혁의 활약이 눈부셨다. 비록 김영빈, 양민혁, 이유현 등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 가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자신의 멀티성을 뽐내며 팀 승리에 크게 힘을 보탰다.
이기혁은 지난 인천전에 이어 두 명의 중앙 수비수 왼편으로 내려가 수비를 도왔다. 수비 상황에서는 5백의 일원으로 서울의 공격을 막아내고자 했고, 공격 상황에서는 후방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공격의 출발점이 됐다. 3선 위치까지 올라가 미드필더처럼 활동량을 가져가며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
경기 후 이기혁은 “이번 시즌 서울을 상대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 마음이 경기장에서 잘 드러났던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던 경기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시즌 강원 상승세의 원동력에 대해 “누구 하나 벗어나지 않고 한 팀으로 잘 모이는 것 같다. 감독님, 코치 선생님들이 원하는 축구에 적합하게 플레이하기 위해 노력한고 있다. 무엇보다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뛰어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또 한 번의 전술 변화를 가져간 강원이다. 이전까지 양민혁, 이상헌 등 빠른 속도를 가진 측면 공격수들을 앞세워 전방에서 압박을 가져갔다면, 최근 들어서는 변형 5백을 통해 시즌 초반보다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전술에서 이기혁은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자리를 오가며 자신의 멀티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이기혁은 “여러 포지션에서 뛴 경험이 있지만 뛰어본 포지션이 아니었기에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담감을 잘 이겨내면 더 좋은 모습으로 바라봐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우리 팀은 포지션 변화가 많은 팀인데 다른 선수들도 바뀐 포지션에 불만 없고 다 잘 적응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다. 저 역시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빌드업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을 코치님들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이제 수비력만 조금 더 보완하고 실수를 줄이면 좋은 중앙 수비수나 수비 자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수비 부분을 더 많이 연습하고 스킬을 늘려가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싶다. 지금은 수비수 포지션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강원의 우승은 ‘꿈’이 아니다.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김천, 울산전 일정이 중요하다. 이기혁은 “선수들이 (우승) 생각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다들 티 안 내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임하면 (우승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승에 대해 우선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얼마나 경기장에서 우리가 준비하는 것을 더 보여주냐가 중요하다. 그러면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 모두가 같은 생각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남은 경기를 치를 것이다”라고 각오했다.
[강릉=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