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을 향한 싸늘해진 시선이 기록으로 확인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KFA)의 티켓 수익이 2023년 최고치(약 168억 원)를 찍은 뒤 이듬해 약 45억 원 감소했다. 11월 국내에서 A매치 2연전만 앞둔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폭의 증가 추세이지만, 2023년과 비교했을 때 약 35억 원의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진종오 의원실은 최근 KFA에 질의서를 보냈다. 국가대표팀 경기를 향한 급격한 관중 감소, 티켓 판매 부진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이었다. 진종오 의원실은 여기에 2024년 7월부터 불거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경기력 저하, 평가전 결과 등이 관중 수에 미친 영향 분석 자료를 KFA에 요구했다.
진종오 의원실은 10월 20일 KFA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았다.
국가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황금기를 맞이했었다.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 FC),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등을 앞세워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는 푯값이 얼마든 일찌감치 매진됐다. 표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특히나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된 바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극복한 뒤 일상을 되찾으면서 국가대표팀의 축구가 최고의 야외 활동이자 여가 생활로 자리매김했었다.
KFA가 진종오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를 극복한 첫해인 2022년 A매치 티켓 수익은 166억 9,250만 7,664원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극에 달한 축구 열기는 티켓 수익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2023년 티켓 수익은 168억 1,909만 6,813원이었다. 역대 최고치였다.
A매치를 향한 대중의 뜨거운 열기는 2024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실패,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이 겹친 때였다. 2024년 KFA의 티켓 수익은 123억 487만 6,603원이었다.
올해 KFA의 티켓 수익은 지난해보단 올랐다. 133억 814만 2,000원이다. 11월 A매치 2연전이 한국에서 열린다. 수익은 더 늘어난다. 다만, 최고치를 찍었던 2023년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를 피할 수 없다.
국가대표팀을 향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다는 건 최근 5년간의 예매율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87%였던 예매율이 이듬해 95%까지 치솟았다. 2024년에도 국가대표팀 티켓 예매율은 95%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예매율은 78%를 기록 중이다.
10월 국내에서 치러진 A매치 2연전은 우려를 키웠다.
한국은 10월 10일 ‘슈퍼스타’가 즐비한 브라질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상대했다. 한국은 이날 브라질에 0-5로 대패했지만, 팬들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5), 호드리구(24·이상 레알 마드리드), 마테우스 쿠냐(26), 카세미루(33·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루노 기마랑이스(27·뉴캐슬 유나이티드), 히샬리송(28·토트넘 홋스퍼) 등 슈퍼스타를 눈앞에서 지켜보며 환호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6만 3,237명이었다. 단, 매진은 기록하지 못했다.
10월 14일 파라과이전에 들어찬 관중 수는 충격적이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2만 2,206명이었다.
국가대표팀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에서 3만 명도 모으지 못한 건 2015년 10월 13일 자메이카전(2만 8,105명)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10월 A매치 2연전의 입장권 수입 차는 무려 ‘47억 원’이었다.
KFA는 브라질전 입장권 판매로만 57.8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파라과이전 입장권 수입은 10.9억 원에 그쳤다.
KFA는 10월 A매치 흥행이 극명하게 엇갈린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KFA는 진종오 의원실에 “브라질전을 통해 많은 축구 팬이 해외 인기 국가대표팀과의 경기 관람 수요가 많음을 확인했다. 단, 감독 선임에 관한 사안이 관중 수와 매우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순 없다. 대표팀은 9월 원정 친선경기(미국, 멕시코)에서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 티켓 발매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 결과가 나오기 12일 전인 10월 2일부터 이미 시작했고, 발매 초기부터 경기 당일까지도 판매가 매우 저조한 상태로 지속됐다. 이는 장기간 연휴로 인한 여가 및 소비 심리의 위축, 동일한 경기 장소에서 두 번의 경기가 연속으로 개최된 점, 상대국(파라과이)의 스타 플레이어 부재 등이 티켓 구매율 저조의 주요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진종오 의원은 KFA의 답변서를 받은 뒤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진종오 의원은 ‘MK스포츠’에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아서 지난해부턴 KFA의 변화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KFA의 인식이 조금 우려스럽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 수가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다. 국가대표팀을 향한 축구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눈에 띄게 식어간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KFA가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모르는 듯하다. KFA는 축구 팬들의 홍명보 감독을 향한 야유를 멈추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뿐만이 아니라 KFA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내년 6월 11일 개막한다. 월드컵까지 8개월 남았다.
그런데 이 대회가 한국 축구의 끝이 아니다. 월드컵 이후에도 축구는 계속된다.
한국 축구는 1년 넘게 혼란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위기에 경각심을 갖고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는 더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