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추모가 예상치 못한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다. 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미국 우익 단체 설립자 찰리 커크를 추모했다가 악플 세례를 받자, “한 생명의 죽음에 웃고 있느냐”며 직접 분노를 표출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선예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비극적인 총격 살인을 당한 남편의 죽음에 대한 아내의 호소를 보고, 엄마로 살아가는 같은 사람으로서 먹먹한 가슴으로 추모글을 올렸던 것”이라며 논란의 시작점을 설명했다. 그는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내 공간에 와서 욕을 하고 원더걸스까지 언급하며 분노를 표출한다”며, “한 사람이 죽었다. 여러분은 한 생명의 죽음에 대해 ‘참 잘 됐다’는 마음으로 웃고 계시냐”고 반문했다.
앞서 선예는 16일, 총격으로 사망한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영상을 올렸으나, 일부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선예의 추모 행위 자체보다, 추모의 대상이 된 ‘찰리 커크’라는 인물의 정치적 상징성에 있다. 찰리 커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우익 청년 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설립자다.
그와 그의 단체는 미국 내에서 이민, 성 소수자(LGBTQ+), 인종 문제 등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고 논쟁적인 발언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정치적 노선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그는 단순한 논객을 넘어, 사회적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는 인물로 비판받아 왔다.
따라서 K팝 스타로서 다양한 배경의 글로벌 팬들을 보유한 선예가,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공개적으로 추모하는 행위는, 의도와 상관없이 그의 정치적 신념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비판하는 누리꾼들은 선예가 한 개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전, 그가 남긴 사회적 영향력과 논란에 대해 먼저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선예는 “나를 정치적, 혹은 종교적으로 몰아가지 않길 바란다”고 선을 그으며, “서로 견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부분들이 있지만, 서로 다르기에 더 나은 방향으로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공간에 와서 비인격적인 언행을 남기는 것을 멈춰달라고 당부하며, 악플에 대해서는 ‘삭제 및 차단’으로 대응했음을 알렸다.
한편 故 찰리 커크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미국 유타밸리대학에서 연설 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