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말은 가을의 두산 베어스에도 해당한다. 두산은 가을을 즐길 줄 아는 팀이다.
두산이 준플레이오프 첫 판을 접수했다. 완승이었다. 두산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의 2021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3전 2선승제)에서 5-1로 이겼다. 시리즈 첫 경기부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은 30번 가운데 26차례로 86.7%다. 3전 2선승제만 따졌을 땐 17차례 모두 1차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00% 확률이다.
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두산이 5-1로 승리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객관적인 전력은 LG의 우세였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도 아리엘 미란다가 빠졌다. 선발 최원준은 최근 10일 사이에 3차례 등판일 정도였다. 마땅한 선발이 없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2차전까지 혈투로 치렀다. 마운드도 지쳐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마치 두산은 ‘단기전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LG에 시범 지도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두산의 승리의 원동력은 ‘발야구’였다. 이날 두산은 기회가 되면 쉴새 없이 달렸다. 1-0으로 앞선 5회초 선두 타자 박세혁은 중전 안타를 친 뒤 2루를 훔쳤고 박건우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적시타를 치고 1루에 나간 박건우도 도루를 성공했다. 2-0으로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LG가 1점을 만회해 추격을 시작한 8회초에도 두산의 기동력이 빛났다. 선두타자 허경민은 좌중간 2루타를 치고 강승호의 희생번트로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김인태의 내야땅볼 때 LG 2루수 정주현이 홈에 송구하는 과정에서 공이 뒤로 빠졌다.
그 사이 허경민은 홈에서 세이프 됐다. 이어 타자주자 김인태는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3루까지 내달렸다. 결국 김인태도 박세혁의 중전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3점 차로 달아난 상황에서도 두산은 발야구를 멈추지 않았다. 박세혁은 다시 2루 도루를 시도했다. 비록 태그아웃됐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타자 정수빈도 3루 쪽 내야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역시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9회초에는 2사 후 양석환의 2루타에 이어 허경민의 적시타로 5-1을 만들었다. LG의 홈송구에 타자주자 허경민은 2루까지 뛰다가 아웃됐지만, 두산은 경기 내내 적극적인 주루를 선보였다.
경기 후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단기전에서는 장타로 점수를 뽑기 쉽지 않다. 도루를 하던, 번트로 스코어링 포지션을 가던, 일단 주자가 득점권에 있어야 (득점)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며 설명했다.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지난해까지 매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단기전 경험이 풍부하다. 반면 LG는 이날 자멸하는 모양새였다. 쇄골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한 국가대표 유격수 오지환의 빈자리는 컸다. 대신 출전한 구본혁은 수비에서도 잔실수를 연발했고, 타격에서는 타구가 내야를 넘어가지 못했다. 교체 출전한 2루수 정주현은 1점 차로 따라붙은 8회초 홈 악송구 실책을 범했다. 이후 LG는 추가점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같은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지만, 단기전을 치르는 두 팀은 너무 대조적이었다. 두산은 힘든 상황에서도 결과를 냈다. LG는 스스로 무너졌다.
이제 두산은 2차전을 이기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1차전 기선 제압으로 100%의 확률은 잡았다. 플레이오프에는 삼성 라이온즈가 기다리고 있다. 1차전 완승으로 두산은 2차전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다. 이제 삼성을 정조준하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