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이 운영 중인 프로 배구단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업무 처리가 엉성하다. 사금융보다 못한 프로세스로 일을 처리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은 지난 22일 저녁 무단이탈 논란을 빚은 주장 조송화에 대한 임의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송화는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이 끝난 뒤 팀을 이탈했다. 구단 설득에 선수단에 복귀했지만 16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광주 원정 경기 후 또 숙소를 떠났다. IBK는 어떻게든 조송화가 돌아올 길을 열어두고자 했지만 악화된 여론을 감당하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의 무단이탈로 논란을 빚은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사진=김영구 기자
하지만 IBK는 조송화의 임의해지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헛발질만 이어졌다. 선수 임의해지 관련 발표를 공식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SNS에 올린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구단의 최근 핵심 이슈이자 모든 배구팬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사안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했다.
임의해지 신청조차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반려됐다. 임의해지에 반드시 필요한 조송화의 친필 서명이 담긴 서류가 포함되지 않은 게 문제였다.
KOVO는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에 따라 구단이 선수와 계약 임의해지를 진행할 경우 선수의 서면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이전까지 연맹 차원에서 임의해지 대상 선수에게 유선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확실한 증빙 서류를 남기도록 바뀌었다.
IBK 구단은 해당 규정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조송화에게 수차례 구두로 동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조송화 친필 서명 서류를 빼먹은 채 임의해지를 신청했다. KOVO는 규정에 따라 당연히 반려할 수밖에 없었다.
김호진 IBK 배구단 사무국장은 23일 흥국생명과의 인천 원정경기에 앞서 “지난 16일과 17일 조송화에게 복귀를 요청했지만 마음의 변화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임의해지를 하겠다고 했다”며 “조송화도 구두로 동의를 했고 이 과정에서 선수에게 서면으로 받지 못했던 건 미숙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선수의 동의를 확인한 상태였고 구단은 임의해지에 대한 부분을 결정했기 때문에 연맹에서 이 부분을 종결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IBK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임의해지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선수 친필 서명을 알고도 내지 않았으면서 연맹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은행 업무로 비유하면 대출에 필수적으로 첨부해야 할 서류를 누락한 고객이 돈을 내주길 바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상대팀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도 있었다. 흥국생명과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느닷없는 사과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심지어 긴급히 알려야 할 내용도 아니었다. 김 사무국장이 경기 전 현장 취재진에게 언급한 내용과 다를 게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처리가 엉망진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