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팀의 상징이자 구단 영구결번 1호 선수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박병호(35)까지 잃었다. 소문만 무성했던 kt 위즈로의 FA(자유계약) 이적은 현실이 됐다.
kt는 29일 박병호와 계약기간 3년, 계약금 7억 원, 총 연봉 20억 원, 옵션 3억 원 등 총액 30억 원에 박병호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2011년 7월 트레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지 10년 만에 히어로즈를 떠났다.
박병호는 2010년대 KBO리그를 대표하는 슬러거였다. 총 5차례 홈런왕을 차지했고 KBO리그 최초의 2년 연속 50홈런을 쏘아 올리며 ‘국민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9일 kt 위즈와 3년 총액 30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키움 히어로즈를 떠난 박병호. 사진=김재현 기자
박병호를 향한 키움 팬들의 사랑은 각별했다. 2008년 창단 후 하위권을 맴돌던 키움은 박병호가 2011년 7월 트레이드로 합류한 뒤 이듬해부터 서서히 탄탄한 전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2013 시즌 첫 가을야구, 2014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등 빛나는 성과를 냈다.
만년 거포 유망주였던 박병호는 LG에서 터뜨리지 못했던 잠재력을 키움에서 꽃피웠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국가대표 4번타자로 성장했다. 키움도 박병호를 위시한 강타선을 바탕으로 가을야구가 목표가 아닌 우승을 넘볼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
키움 팬들은 이 때문에 박병호만큼은 반드시 붙잡아주기를 바랐다. 박병호가 지난해 타율 0.223 21홈런 66타점, 올해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으로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박병호의 상징성과 여전한 장타력을 고려하면 히어로즈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믿었다.
하지만 키움은 박병호의 kt행을 막지 못했다. 내부 FA 선수들의 타 구단 이적을 지켜보기만 했던 전례를 그대로 따라갔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박병호와 진행했던 FA 협상 내용과 금액은 서로 상호 합의하에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kt가 제시한 조건이 키움보다 더 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박병호는 FA C등급으로 타 구단 이적 시 보상선수는 없지만 올 시즌 연봉 15억 원의 150%인 22억5000만 원의 보상금이 발생했다. 히어로즈 팬들은 키움이 박병호가 다른 구단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안일하게 협상을 진행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키움은 박병호가 kt로부터 제안 받은 조건들을 모두 선수 측을 통해 듣고 있었다. 결국은 박병호가 만족할 만한 수정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고 단장은 “모든 부분에서 팬들께는 죄송한 마음밖에 없다”며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라도 결국은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 고척에서 키움 유니폼을 입은 등번호 ‘52번’을 단 ‘국민거포’는 볼 수 없게 됐다. kt로부터 받게 된 22억5000만 원의 보상금이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팬심을 잃었다.
키움팬들은 박병호의 kt 이적이 확정된 이날 고척스카이돔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팬들만 히어로즈의 심장 박병호를 기억하는가?’, ‘우리에게 52번은 영구결번입니다’라는 글귀로 구단에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