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경기를 지배했다. LG트윈스 캡틴 오지환(32)이 그 주인공이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우승 후보 LG의 저력을 오지환이 보여줬다.
LG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NC다이노스와 2022 KBO 리그 홈 경기에서 3-6으로 끌려가다가 8회말 4득점을 올린 끝에 7-6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초반 기세는 LG가 좋았다. NC 선발 파슨스가 1회부터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3점을 뽑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LG트윈스 캡틴 오지환. 사진=김영구 기자
하지만 LG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3회초 NC는 LG 선발 이민호를 상대로 1사 만루 기회서 박건우가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친 뒤 후속 마티니가 우월 2타점 적시 3루타를 날리며 3-3 동점을 만들엇다.
이후 이민호가 노진혁에 볼넷을 허용하자 김진성으로 투수가 바뀌었다. 김진성은 박준영에게 볼넷을 허용, 다시 만루 위기가 됐다. 타석에 오영수가 들어섰다. 김진성의 공을 오영수가 받아쳤고, 타구는 유격수 앞으로 느리게 굴러갔다. 여기서 사달이 났다.
유격수 오지환이 타구를 잡은 뒤 1루로 공을 뿌렸다. 타자 주자 오영수는 1루 앞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이때 공이 바운드 된 이후 뒤로 빠졌다. 공식 기록은 오지환의 송구 실책.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또 한 번 실책이 나왔다. LG 1루수 문보경이 3루 쪽으로 공을 뿌린다는 게 그만 1루와 3루 사이, 야수가 아무도 없는 것으로 던진 것이다. 이번엔 문보경의 실책. 결국 2루주자 노진혁과 1루주자 박준영마저 모두 홈을 밟았다. 점수는 순식간에 6-3으로 NC가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LG는 8회말 4점을 뽑아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무사 만루에서 유강남의 2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 1개와 1득점을 교환했다. 이어진 1사 2, 3루에서 실책으로 패배의 원흉이 될 뻔했던 오지환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때려 6-6 동점을 만들었고, 후속타자 리오 루이즈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뽑았다. 정말 오지환이 지배한 경기가 됐다.
경기 후 오지환은 “내 실수다”라며 실책을 먼저 자책했다. 그는 “오영수의 주력이 어떤지 몰랐다. 빠른 타자였다면 송구를 하지 않는 게 맞다. 그래도 확인하기 위해 승부를 했다”며 “덩치가 큰 선수인데 주력이 빠른 것을 확인했다. 다음에 같은 상황에서는 실수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동점을 만드는 3루타를 때린 장면에 대해서는 “상대가 쉽게 승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붙으려고 했는데 1루가 빈 상태였기 때문에 계획을 수정했다. 변화구를 생각하면서 침착하게 승부하다가 직구 하나는 놓치면 안 된다고 마음 먹었다. 다행히 그 공을 놓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루로 들어간 뒤 오지환은 시원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오지환은 “나도 모르게 나왔다.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던 것 같다. 나름 많은 의미가 있었다”며 웃었다.
이날 승리로 LG는 시즌 첫 연패 위기에서 벗어나 시즌 전적을 6승 1패로 만들었다. 개막 7연승 중인 SSG랜더스에 이어 2위에 위치해 있다. 시즌 극초반이지만, 우승후보다운 행보다.
최근 몇 년간 우승후보로 꼽히지만, 한국시리즈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LG다. 올 시즌은 선수단 전체의 각오가 남다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주장에 오른 오지환은 더더욱 그렇다. 오지환은 “올해는 우승후보라는데 확신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첫 번째는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팀의 주축이 된 어린 투수들 경험했다”며 “또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야수들이 포화상태인데, 경쟁도 경쟁이지만, 어떻게 보면 뎁스가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빠지더라도 메울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같은 경기가 팬분들도 인정하실 부분이 아닐까 한다. 뒤지고 있었는데, 안타를 치고 볼넷을 얻으면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3점 차에서 볼넷을 고르며 다음 타자에게 연결하는 모습들이 어린 친구들이 성장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 것도 있었다. 오지환은 “이렇게 팬들과 함께 하는 경기가 정말 그리웠다. 관중석에서 ‘지환아!’라는 외침이 뭉클했다. 그래서 더 팬들 앞에서 멋진 경기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웃었다.
[잠실(서울)=안준철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