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김태진(26)이 홈으로 몸을 날렸다. 공격에선 펄펄 날았다. 이제 김태진의 날이 왔다.
김태진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1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 활약을 펼쳐 팀의 10-5 승리에 기여했다.
‘옥의 티’였던 7회 송구 실책을 제외하면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했다. 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 지난달 24일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된 이후 19경기 타율 0.301/22안타의 쏠쏠한 활약 중이다.
키움 히어로즈 김태진이 25일 잠실 LG전 3회 이정후의 적시타 때 홈으로 몸을 날리고 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이렇게 활약 중인 김태진의 현재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 있다. 바로 배트를 잡는 손의 위치다. 현재 김태진은 배트 손잡이 쪽 노브에서 거의 한 뼘 가까이 떨어진 위치에서 손을 파지하고 타격을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짧게 잡는다’는 기준에서도 현재 KBO리그에서 뛰는 타자들 가운데 가장 짧은 수준이다. 한 방을 노리는 것보단 어떻게든 출루를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의 계기로 김태진은 전 소속팀 이범호 KIA 타격코치(2021년 퓨처스 총괄코치)에게서 조언을 들었던 날을 꼽았다.
25일 경기 종료 후 만난 김태진은 “KIA에서 뛰고 있었던 2021년 초 퓨처스리그에서 당시 이범호 총괄코치(현 KIA 1군 타격코치)께서 ‘니가 잘 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봐라. 달리기도 있고 컨택트 능력도 있는데’라며 조언해 주셨다”면서 “또 ‘수비수들에게 멀리 치려고 노력해라. 땅볼이 나오더라도 백핸드 수비가 나올 수 있게 3루 방면으로 때려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체격이 크지 않고 장타자 유형이 아닌 김태진이 빠른 발과 컨택트 능력이란 장점을 더 살릴 수 있다면 더 경쟁력이 있어질 것이란 게 이범호 코치의 판단이었다.
또 김태진은 현역의 다른 선수를 보고 더 마음을 바꾸게 됐다.
“처음에 (정) 수빈이형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저렇게 FA까지 한 선수가 배트를 짧게 잡고 살아나가려는 의지가 강한데 굳이 내가 배트를 길게 잡아서 ‘내 장점만 없어지는 플레이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KIA에서부터 짧아졌고, 지금이 제일 짧다.”
깨달음 이후 배트를 잡는 손의 위치는 노브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방망이 끝 부분과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김태진 스스로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고민한 결과다.
젊은 키움 선수단과 함께 하며 긍정적인 자극도 받는다. 김태진은 “가장 어린 팀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 같다”면서 “또 코칭스태프 분들이 경기 중에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불어넣어주신다”며 이적 후 긍정적인 효과를 전했다.
점점 리드오프로 나오는 일이 잦다.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다보니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신임도 받고 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25일 경기 전에도 김태진의 이야기가 나오자 홍원기 감독은 “배트를 짧게 잡는 건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마음가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기특하다.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하고, 치려고 하는 마음에서 나온 모습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25일 경기 3회 1사 1,2루 상황 나온 이정후의 우측 방면의 적시타 때 2루 주자였던 김태진은 홈을 파고 들며 상대 태그를 피해 몸을 날렸다. 몸이 공중에 뜬 체공 시간이 길게 느껴져 거의 ‘날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였다. LG 입장에선 홈 승부가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 김태진의 빠른 발과 두려움 없는 플레이가 만들어 낸 추가점이었다.
김태진은 6회 말에는 추가 실점을 막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6회 LG가 안타와 볼넷 이후 채은성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 붙었다. 2사 주자 1,3루 상황.
LG 손호영의 강한 타구가 3루로 향했다. 워낙 강한 타구에 강한 바운드가 나와 공이 높이 뜬 상황. 하지만 김태진은 빠른 위치 선정과 침착한 포구에 이은 정확한 송구로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만약 이 공이 빠졌다면 LG는 추가점을 얻고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 흐름을 끊은 귀중한 호수비였다.
김태진 개인으로는 2014년 KBO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KIA를 거쳐 트레이드로 입은 세 번째 유니폼이다. 간절함과 투지를 통해 홍원기 감독의 신뢰도 얻고 있다.
김태진은 “(감독님께서) 그렇게 느껴주시는 부분이 굉장히 크다. 어떻게든 공 1개라도 파울을 만들고, 안타를 만들고, 상대 실책을 유도해서 출루를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런 것에 대해서 감독님이 ‘연결을 시켜줘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리드오프로 기용해주고 계셔서 굉장히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김태진이 내야와 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자원이란 점도 키움엔 큰 힘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키움 야수진 뎁스에 두터움을 보태고 있다.
만약 김태진이 리드오프와 슈퍼 유틸리티로 올 시즌 계속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면 키움 전력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4월 KBO리그를 흔들었던 박동원+현금+신인드래프트가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의 조연이었던 김태진의 위상도, 트레이드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