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캐릭터들이 프로야구 올스타전 그라운드를 누볐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선 볼 수 없던 팬들을 위한 프로야구 별들의 특급 이벤트였다. 별들에 취한 한 여름밤의 추억이었다.
그 말대로 선수들은 그동안 경기장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들을 팬들에게 보여주려 노력했다.
특히 삼성 선수들이 ‘퍼포먼스’에 진심이었다. 가장 먼저 2회 말 삼성 포수 김태군은 조선시대 곤룡포와 곤룡포와 면류관까지 제대로 차려 입고 임금님으로 완벽히 변신해 행차를 시작했다. 마스코트 내시(?)들의 차양 아래 뒷짐을 지고 천천히 등장하는 모습 까지 ‘메소드 연기’가 돋보였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이어 타석에 선 김태군은 곤룡포를 벗은 이후 1루 방면으로 깍듯하게 큰절을 하며 올스타로 뽑아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올스타전 팬투표 중간집계 결과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최종 팬투표까지 큰 성원을 받았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김태군은 최종적으로 이날 ‘베스트 퍼포먼스’상의 주인공이 됐다.
삼성의 김지찬은 ‘삼린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지찬 어린이’로 변신했다. 유아용 모자와 사자백을 메고 나온 김지찬은 가방에서 공을 꺼내 팬들에게 던져주는 100점 만점의 서비스로 1루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았다.
이외에도 자신의 별명이나 특징을 이용한 사례가 많았다. 키움 히어로즈의 철벽 셋업맨 김재웅은 별명인 ‘하리보’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천연덕스럽게 등판해, 특유의 귀여움을 한껏 뽐냈다.
또한 슈퍼맨 망토를 메고 나온 마티니는 루킨스키가 배달 한 칵테일 마티니를 시원하게 원샷으로 마시는 모습으로 호쾌한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KIA 황대인은 애니메이션 ‘방귀대장 뿡뿡이’의 뿡뿡이로 변신했다. 흰색 스티커와 빨간색 스티커를 얼굴에 붙여 평소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귀여운 캐릭터가 됐다.
평소 이벤트에 약했던 선수들도 진심이었다. 최종 팬투표 1위에 오른 양현종(KIA)은 ‘최다득표 감사’라는 문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또한 양현종은 평소와 달리 탈색한 머리에 화려한 색깔의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왔고, 마운드에 선 이후 뒤돌아 엄지로 직접 ‘최다득표 감사’ 문구를 가리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등판 직후 양현종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다. 투수가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 최대한 짜냈다”면서 이벤트를 고안한 배경을 전하며 “최다득표에 대해선 놀라기도 했었고, 감사하기도 했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전반기도 치열한 경쟁 했지만 후반기에도 좋은 경기를 펼쳐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양현종은 “궂은 날씨에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팬들에게 즐거운 추억 남길 수 있도록 선수들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많은 선수들을 활약 이후 적극적인 세리머니를 펼치는 등 축제에 녹아드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