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하겠다. 나와 (최)준용이, (라)건아가 힘내서 꼭 한국농구가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겠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지난 21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 세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22 뉴질랜드와의 8강 경기에서 78-88로 패하며 목표로 한 4강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쉬운 결과다. 외부 변수가 너무도 많았고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선수가 수두룩했다. 뉴질랜드전은 다소 아쉬운 판정, 그리고 소나기 테크니컬 파울에 의한 흐름 변화가 극심했다. 그럼에도 승리할 수 있는 경기였기에 패배라는 결과가 쓰라리게 다가온다.
이대성은 21일 아시아컵 뉴질랜드전에서 테크니컬 파울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그의 부재는 대표팀에 큰 손실이 되어 돌아왔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주장 이대성(32)에게는 뉴질랜드전이 지옥과도 같았을 것이다. 대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허웅과 허훈이 각각 코로나19,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큰 부담을 안고 뛰어야 했던 경기다. 그럼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역시 이대성’이란 평가가 아깝지 않게 했다. 하지만 분위기 싸움에 너무 과했던 나머지 2쿼터 첫 번째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고 이후 3쿼터 수비 상황에서 파울한 뒤 크게 소리 지른 것이 문제가 됐는지 2번째 테크니컬 파울로 퇴장당했다.
첫 번째 테크니컬 파울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심이었으나 2번째는 한국, 그리고 이대성 입장에선 매우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수비 과정이라고 충분히 볼 수 있었지만 심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끝내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이대성은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음에도 더 이상 코트에 설 수 없었다.
첫 번째 테크니컬 파울이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멋진 3점슛을 성공한 뒤 곧바로 스틸과 득점을 이어가며 41-39, 역전한 때였기에 더욱 그랬다. 만약 뉴질랜드 선수를 향해 세레모니하지 않았다면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갈 기회였다.
이대성은 최준용, 라건아와 함께 대표팀 분위기를 바꾼 주인공이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이대성답지 않았다. 그는 책임감 있는 선수다. KBL 최고의 가드임에도 국가대표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 “추일승 대표팀 감독의 뜻에 따르는 게 옳다”고 말한 듬직한 주장이다. 코트 위에 섰을 때는 그 누구보다 높은 에너지 레벨을 뽐냈다. 그런 이대성이었기에 뉴질랜드전에서의 퇴장은 씁쓸하기만 했다.
예상하지 못한 뉴질랜드전 패배의 책임이 모두 이대성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그는 대표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경기만으로 이대성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는 대표팀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주인공이며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아시아컵은 그 길 위에 놓인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5월 말부터 소집된 이번 대표팀은 분명 과거 대표팀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 경기 스타일도 크게 달랐다. 선후배가 아닌 형, 동생 사이라는 것이 눈에 보였고 자유분방한 듯하면서도 각자가 가진 책임감이 남달랐다. 12명이 서로 친근하게 소통한 대표팀은 이번이 처음 아니었을까. 경기적인 면에서도 분명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특히 정해진 틀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조금 더 자유로운 농구를 선보인 것이 지금의 대표팀이다.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과거 대표팀의 문화나 분위기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세월은 흘렀고 그 안에서 분명 변화는 필요했다. 주장을 맡은 이대성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선수다. 특히 젊고 개성 강한 선수들을 카리스마가 아닌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한데 묶었다.
이제는 이대성이 결과로서 증명할 차례다. 대표팀이 변화하는 과정은 충분히 확인됐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또 3년 전 중국 광저우에서 한 약속을 지켰다.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에서 세계 농구와의 차이를 실감한 이대성은 광저우 공항에서 “약속하겠다. 나와 (최)준용이, (라)건아가 힘내서 꼭 한국농구가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고 3년 뒤 분위기가 확 달라진 대표팀의 중심에 섰다.
변화는 분명 있었다. 아시아컵 결과는 아쉬웠지만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조별 리그에서 새로운 대표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대회는 결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대성에게 주어진 또 다른 미션이다.
다음은 내년 9월에 열릴 항저우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아컵은 아시안게임에 비하면 에피타이저라고 볼 수 있다. 이대성의 약속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결과로서 변화했음을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