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대기록을 세운 날, 결국 또 고개를 숙였다.
독일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E조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4-2로 승리했다. 그러나 그들은 경기가 끝난 후 고개를 떨궜다. 노이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독일은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일본에 패한 스페인과 같은 승점. 문제는 골득실이었다. 스페인은 코스타리카에 7-0으로 승리하며 여유가 있었다. 결국 독일은 마지막 경기에서 대승을 거뒀음에도 끝내 탈락하고 말았다.
독일 축구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2회 연속 ‘광탈’. 그보다 더 쓰라린 건 노이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월드컵이 금방 끝났다는 것이다.
노이어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서 오랜 시간 정상에 서 있었던 절대자다. 올리버 칸 이후 월드컵 야신상의 주인공이 된 남자이기도 하다.
노이어는 2009년 국가대표 데뷔한 후 레네 아들러를 제치고 당당히 독일의 수문장이 됐다. 이후 2010 남아공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 2018 러시아월드컵,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총 4회 출전을 기록했다. 브라질에서는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코스타리카전은 노이어의 월드컵 통산 19번째 경기였다. 2010년 6회, 2014년 7회, 2018년 3회, 그리고 올해 일본, 스페인전에 이어 코스타리카전까지 3회를 추가하며 총 19번의 경기를 소화했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골키퍼 최다 출전 기록이다.
사실 노이어의 월드컵 출전 기록은 지금보다 더 많을 수 있었다. 문제는 4년 전 러시아에서 한국에 덜미를 잡히며 조기 탈락, 올해는 일본에 역전패를 허용하며 또 일찍 좌절했다는 것이다.
또 카타르에서의 월드컵은 여러모로 상처만 남은 대회가 됐다. 노이어는 2010년 3실점, 2014년 4실점, 2018년 4실점을 기록했는데 이번 대회에선 무려 5실점으로 가장 많이 골문을 허용했다.
노이어는 1986년생의 노장이다.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에 비해 더 오래 뛸 수 있는 골키퍼이지만 4년 뒤에는 그 역시 40세다. 이제는 다른 선수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됐다.
꽃이 피면 질 때도 있다. 그러나 노이어는 앞으로 후배 골키퍼들이 쉽게 깰 수 없는 기록을 세우고 떠날 수 있게 됐다. 골키퍼로서 월드컵 4회, 그리고 19경기에 출전한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일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