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태극마크 무산 유력...추가 발탁 논의 없었다

KBO리그 최고의 우완 에이스 안우진(24, 키움)의 국가대표팀 발탁 무산이 유력해졌다.

최근 열린 WBC 기술위원회에서도 안우진에 대한 추가 발탁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진 상황이다.

올 시즌 안우진은 30경기에서 15승 8패 평균자책 2.11/196이닝/224탈삼진을 기록, 평균자책-탈삼진-이닝 3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안우진은 PS에서도 역투를 펼치 키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견인했다. 이런 기세를 이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안우진이 내년 WBC 대표팀에 승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유력해졌다. 사진=김재현 기자
안우진이 내년 WBC 대표팀에 승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유력해졌다. 사진=김재현 기자

하지만 KBO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기술위원회는 결국 ‘원칙’과 ‘상식’이라는 틀을 지키기로 결정한 모양새다. 앞서 한 KBO 관계자는 “안우진은 앞서 제출한 관심 명단 50인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관심 명단 외 선수의 발탁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안우진의 발탁 가능성을 추가로 논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 열릴 WBC를 앞두고 KBO는 11월 18일 오후 “2023 WBC 대표팀 관심 명단(Federation Interest List) 50명을 확정해 WBC 조직위원회인 WBCI(World Baseball Classic Inc)에 제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당일 오전 나왔던 안우진의 과거 학폭 관련 입장문과 그보다 3일 앞서 나왔던 피해자 3인의 옹호 입장문은 발탁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당시 안우진은 법률대리인 측을 통한 입장문을 통해 “후배들에게 더 좋은 선배이지 못했다는 점, 선배로서의 훈계 차원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점, 이번 논란으로 긴 터널을 지나며 끊임없이 반성하고 속죄했다”며 “언론 보도 이후 저는 가혹한 학교 폭력을 행한 악마가 되어 있었고 여론의 질타 속에 사안의 구체적인 진실은 묻혀버렸다”며 2017년 자신의 학폭 논란 보도 당시 진실이 호도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로 지목됐던 안우진의 휘문고등학교 후배 3인은 입장문에서 “언론에서는 저희를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하지만 저희는 아무도 당시 상황을 폭행이라고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종합하면 안우진은 현재 후배들과 원만한 관계로 잘 지내고 있으며 애초 피해자 3인으로 지목받았던 이들도 당시 징계를 받았던 사안을 ‘폭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사건에 대해 잘못을 밝히거나 반성하는 차원의 입장 발표가 아니라 애초에 ‘폭력이 없었다’는 입장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런 입장 발표는 오히려 독이 됐다.

이후 익명을 요구한 기술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선수(안우진)는 이미 해당 학교 측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통해 징계를 받은 사안이고, 국가대표 자격 정지를 받은 건”이라며 “최근 국민적인 여론과 공감대를 무시하고 발탁을 논의하긴 어려울 것 같다. 재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뒤집히지 않은 건이 아닌가”라며 안우진의 발탁을 논의할 여지가 없다고 봤다.

다른 기술위원회 관계자도 “야구계 정통한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 아직 안우진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와는 합의가 되었거나 용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하나로 뭉쳐서 원팀으로 나아가야 할 대표팀이 그런 불씨를 안고 갈 수 없다. 이건 실력 외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라며 안우진 발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대신 여론을 통해 과거 사실을 뒤집으려 한 안우진의 최근 입장 발표는 오히려 야구계에 큰 실망감을 줬다. 사진=김재현 기자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대신 여론을 통해 과거 사실을 뒤집으려 한 안우진의 최근 입장 발표는 오히려 야구계에 큰 실망감을 줬다. 사진=김재현 기자

하지만 애초에 모든 야구계가 안우진 발탁을 부정적으로 여겼던 것은 아니다. WBC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른 국가대표 영구 자격정지를 따라지 않아도 되기에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는 점. 또 안우진이 수년간 ‘학폭 가해자’로 주홍글씨가 새겨져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는 점 등을 안타깝게 여긴 일부 기술위원들은 ‘우완 에이스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안우진의 발탁도 고려해왔다.

그러나 안우진이 과거 합의를 마친 피해자들과 ‘폭행 사실이 없었다’면서 대안적 사실을 주장하자, 야구계 여론도 급격히 냉각된 모양새다. 이후 안우진은 관심명단에서 빠진 것은 물론 이후 잠정적으로는 WBC 대표팀 승선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시작했다.

실제 과거 안우진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 1명은 입장문을 발표한 3인과 달리 ‘폭력이 없었다’거나 ‘안우진 선배를 응원하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입장과는 달리, 아직도 심각한 피해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에도 학교측과 안우진 학부모 측의 권유로 사건을 미봉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우진 측은 이후에도 사과를 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피해자 측에 연락을 했지만 상대는 이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안우진을 만나려 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사건의 가장 큰 핵심이었던 피해자의 용서 없이 관계가 호전된 이들을 중심으로 과거와 달라진 입장 발표가 야구계에선 ‘가해자 측이 반성의 기미 없이 여론전을 펼쳐 새로운 사실을 만들려 한다’고 받아들여졌다.

안우진의 활약 이후 피해자 측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면 다시 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일. 복수의 언론들도 추가 보도를 준비하는 등, 일부 언론들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야구계 여론은 차갑게 식었다. 결국 안우진은 이후 야구계 시상식 대부분에서 ‘패싱’을 당하는 등 올해 호전됐던 내부 여론까지 놓치고 말았다.

안우진에게 마지막 기회였던 지난 12일 대표팀 기술위원회 회의에서도 끝내 그의 발탁은 긍정적으로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을 포함한 기술위원회는 이날 내년 1월 제출할 35인의 명단을 추리는 긴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명단 외 안우진을 대상으로 한 추가 발탁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보단 해외파 야수들의 합류 등과 내부 핵심 포지션 등에 대한 예비 명단 확정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KBO는 관심명단 50인 가운데 35인을 포함한 예비 명단을 내년 1월 중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투수 14명과 포수 2명을 포함해야하는 30인의 최종 명단 제출 기한은 내년 2월 7일까지. 해당 시기까지 극적인 반전이 있지 않는 한 안우진의 WBC 대표팀 승선은 매우 희박해진 분위기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022 최고의 투수를 빠진 채로  WBC를 치르게 됐다. 사진=김재현 기자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022 최고의 투수를 빠진 채로 WBC를 치르게 됐다. 사진=김재현 기자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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