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게 정해진 자리는 없다. 경쟁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즈음이면 감독들에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포지션 경쟁 구도를 만들어 선수들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이다.
말은 이렇게 해 놓고도 정작 자리 주인공은 결정된 경우가 더 많다. 아무래도 마음이 좀 더 가는 선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LG 외야수 홍창기(30)도 현재 경쟁 속으로 뛰어든 상태다. 그런데 상대가 주전이 아니다. 백업 선수와 경쟁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 진짜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선수인 셈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LG 외야는 포화 상태다. 외국인 타자가 외야수인 오스틴 딘이 입단하며 외야 경쟁에 불을 붙였다.
원래 LG 외야는 우익수 홍창기-중견수 박해민-좌익수 김현수로 구성돼 있었다. 어느 팀에 내놓아도 뒤질 것 없는 화려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 축이 조금 무너져 내렸다. 홍창기가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며 전체적인 성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21시즌 0.328이던 타율은 0.286으로 크게 하락 했다.
장기인 출루율이 무너진 것이 뼈 아팠다. 무려 0.456을 기록했던 출루율이 0.390으로 4할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109개나 얻어냈던 볼넷이 59개로 크게 쪼그라들며 전체적인 성적이 요동쳤다. 완전히 망쳤다고 하긴 어렵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자리가 조금 애매해졌다. 딘이 1루수를 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주 포지션은 외야다. 염겸엽 LG 감독은 1루수로 이재원에게 기회를 주며 키워보려 하고 있다. 여기에 호주 리그서 날아다니고 있는 송찬의도 있다.
홍창기는 어떻게든 외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평가로는 홍창기에게 안정적인 자리가 주어질지 자신할 수 없다.
현재 홍창기의 경쟁 상대는 주전급 선수들이 아니라 외야 1번 백업인 문성주라 할 수 있다.
문성주는 지난해 타율 0.303 6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부상과 체력 저하에 발목을 잡혔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문성주는 외야수들이 로테이션으로 지명 타자에 들어갈 때 빈자리를 채울 1번 후보다. 동시에 홍창기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홍창기는 주전 경쟁이 아니라 일단 1번 백업을 놓고 자웅을 겨뤄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주전 선수들의 풀을 넓게 가져가며 지명 타자 등을 활용해 휴식을 주는 운영에 능한 감독이다.
외야도 4명에서 5명 정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4번 외야수가 되느냐다. 홍창기와 문성주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포지션이다.
홍창기는 아직 보여준 것이 많은 선수가 아니다. 3할 타율도 딱 한 번 쳐 봤을 뿐이다. 아직 전력의 상수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의 부진이 그 증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위를 보고 달려갈 때가 아니다. 밑을 보고 긴장해야 할 때다. 밑에서 더 치고 올라오게 되면 출장 기회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경쟁 상대를 잘 파악하고 준비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홍창기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일단은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새롭게 적응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