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시간이 무려 석달이나 됐다.
큰 차이도 아니었다. 1000만 원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도장을 찍지 못했다.
협상도 정상적인 진행은 아니었다. 구단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약 당사자는 “구단에 고맙다”고 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LG가 계약 체결 이틀 만에 베테랑 투수 송은범(39)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LG는 12일 “송은범과 연봉 1억4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억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 삭감된 금액이다.
송은범은 지난해 25경기에서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많은 경기를 던지지 않은 것이 삭감의 이유가 됐다. LG는 송은범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점을 들어 연봉 삭감을 제시했다.
송은범측은 억울할 수 있었다. 팀을 위해 경기를 뛰다 입은 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경기로 약 11개월의 긴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구단은 그런 헌신은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송은범측은 계약을 한 뒤 “구단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다고 생각한다. 삭감은 아쉽지만 구단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책정한 금액이라고 여기고 있다. 팀 훈련에 합류해 올 시즌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무슨 배려를 이야기하는 것이었을까.
송은범측은 “협상이라고 하기엔 일방적으로 구단안을 받아들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구단도 신경을 많이 써줬다. 협상 동안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구단도 무작정 밀어붙이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다. 의견을 나누며 편안하게 협상이 진행됐다. 연봉은 삭감이었지만 구단이 최대한 배려를 하려고 애쓰는 것이 느껴졌다. 고맙다고 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LG 구단도 송은범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LG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필승 계투조인 정우영과 마무리 고우석이 모두 참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불펜 투수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송은범처럼 활용도 높은 불펜 투수는 반드시 잡아둬야 한다.
양측이 계약 문제로 긴 시간 동안 갈등을 빚었음에도 별다른 감정 생채기 없이 계약에 합의한 것도 그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