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칭찬에 인색한 감독이라 욕해도 좋습니다.”
삼성화재 시절 ‘제이슨 감독’이라 불렸던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 현재 그는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선수들 칭찬을 하지 않는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선수들이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는 게 아닌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칭찬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소망, 때로는 더 잘해야 한다는 질책을 내놓는다.
선수들도 때로는 칭찬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이겨내고 현재 봄배구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으니 칭찬을 받은 후, 감독에게 인정받고 싶은 게 KGC인삼공사 선수들의 마음이다.
그러나 고희진 감독은 “그럴 수 없다”라고 말한다. 지금의 위치에서 인정을 받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희진 감독은 “선수들 칭찬을 해줄 때가 되면 해줄 것이다. 칭찬을 안 한다고, 인색하다고 할 게 아니다. 난 선수들의 마인드를 바꾸고 싶다. 선수들이 자신만의 목표를 잡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섯 시즌 동안 봄배구에 가지 못한 이유는 경기력이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의 자세, 마음 때문이다. 나를 시즌 끝날 때까지 칭찬 안 하는 감독이라 욕해도 좋다. 난 선수들의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고희진 감독이 가장 많은 잔소리를 하는 선수는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이자 KGC인삼공사 중앙을 책임지는 박은진과 정호영이다. 현역 시절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 뛰었다 보니 두 선수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다.
사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보다 나은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은진은 28경기(98세트)에 나서 135점, 속공 성공률 47.79%, 세트당 블로킹 0.531개를 기록 중이다. 현재 속공 4위, 이동공격 8위, 블로킹 10위에 자리하고 있다.
정호영은 이미 개인 커리어하이 시즌을 세웠다. 28경기에 나서 270점, 속공 성공률 53.14%, 세트당 블로킹 0.620개를 기록 중이다. 슥공 2위, 블로킹 6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미 많은 배구계 관계자들로부터 양효진을 이을 거미손으로 불리고 있으며, 향후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고희진 감독은 “난 호영이를 많이 혼내는 편이다. 조금 더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지금에 만족하면 그 정도 선수로 끝날 수가 있다. 지금에 만족하는 선수로 남지 않게끔, 끝날 때까지 발전할 수 있는 선수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은진에 대해서는 “지금 은진이의 속공 한두 개가 정말 큰 힘이 된다. GS칼텍스전이 끝나고 은진이가 울었다. 힘든 경기 속에서 감독이 뭐라고 했을 때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고희진 감독이 잔소리를 하고 호통을 치는 이유는 선수들이 더 잘 되길 위해서 하는 마음이다.
고희진 감독은 “난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의 성적만 놓고 봤다면 한송이를 주전으로 계속 썼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을 봐야 한다. 박혜민, 정호영, 박은진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 KGC인삼공사의 꿈인 봄배구를 위해 악역이 된 고희진 감독. 선수들과 꿈을 이룰 수 있을까.
KGC인삼공사는 오는 17일 대전 홈에서 현대건설과 경기를 치른다.
[장충(서울)=이정원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