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G 6홈런→5G 3홈런, 노시환 홈런 페이스 보는 두 가지 시선

한화 새 시대 4번 타자 노시환(23)의 홈런 페이스가 심상 찮다.

5차례 연습 경기에 출장해 무려 3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115경기서 6개의 홈런을 친 것을 고려하면 대단히 놀라운 홈런 행진이다.

노시환은 일찌감치 올 시즌엔 홈런을 노리겠다고 선언했다. 홈런 숫자를 늘리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현재로선 대단히 만족스러운 페이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시환의 홈런을 보는 또 다른 시선도 있다.

노시환이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서 홈런을 친 뒤 여유롭게 홈을 밟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노시환이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서 홈런을 친 뒤 여유롭게 홈을 밟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노시환은 스스로 “삼진을 두려워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다 보니 타격 포인트가 뒤로 밀렸고 자연스럽게 타이밍이 늦어졌다. 결국 그 타이밍 때문에 홈런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올 시즌엔 홈런을 다시 제대로 노려보겠다고 선언했다. 뒤로 밀렸던 타격 타이밍을 앞으로 가져가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일단은 이 변화가 대단히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거포 스윙이 살아나며 좋은 타이밍을 만들고 있다.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는 방식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시환의 변화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시선도 있다.

지금은 스프링캠프 전이다. 투수들도 변화구보다는 패스트볼 위주로 빠른 승부를 많이 한다. 타격 포인트가 앞에 있어도 별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투수들은 좀 더 영리해진다. 떨어지는 변화구로 타자를 현혹하는 데 집중한다. 힘으로 붙어 오는 경우도 있지만 큰 것을 맞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승부를 펼치는 일이 더 많다.

노시환의 말처럼 답은 그리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마음 먹은대로 쉽게 타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통산 311홈런을 친 한화 출신 레전드 김태균도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그리고 처절하게 노력해 온 주인공 중 하나다.

나름의 답을 찾았을 땐 이미 은퇴의 시간이 찾아왔었다. 김태균의 깨달음 그 어딘가쯤에 노시환이 찾고 있는 답이 있다.

김태균은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강백호 선수가 앞으로 얼마나 더 뻗어나갈지 기대가 참 컸다. 그러나 사람마다 생각이 참 다른 모양이다. 2018년 29홈런(12위)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데뷔한 강백호 선수에게 16홈런이 작아 보였나 보다. 40홈런, 50홈런을 노리라는 조언을 강백호 선수는 많이 들었다고 한다. 대놓고 강요하지는 않아도, 동료들이나 팬들이 그렇게 기대했다.

사실 그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타율과 출루율이 상승했다. 2021년 강백호 선수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스탯티즈 기준)은 6.35로 리그 타자 중 3위였다. 그런데도 그는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난 강백호 선수에게 “조언을 듣는 건 좋은데 그 말에 너무 휘둘리지 마라. 그러다가 너의 장점을 놓칠 수도 있다. 때로는 네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너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백호 선수는 자기 철학이 확고한 편 같았다. 그는 “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알아야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가 듣기에 아주 훌륭한 대답이었다.

​물론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리고, 시즌의 성패가 결정되기도 하는 건 우리 모두가 안다.

사실 타자는 모두 홈런을 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랬고, 내 선후배들도 그랬다. 타석에 들어서면서 누군들 이승엽 선배처럼 홈런을 펑펑 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건 모두가 꿈꾸는 일이지만, 아무나 이루지는 못한다.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이승엽 선배만 그렇게 했다. 이어 박병호 선수 정도가 한 시즌 50홈런이 가능한 타자로 인정받았다. 누구나 이승엽 선배처럼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꿈꾸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프로 선수는 당연히 큰 목표가 있어야 한다. 코치도 선수가 더 크게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팬들이 제2의 이승엽을 기다리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도 난 강백호 선수의 생각에 동의한다. 홈런 수만 늘리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스윙이 무너진다. 그러다가 자신의 장점을 잃을 수 있다. 강백호 선수가 말한 것처럼 ‘더 많은 홈런’을 치기보다 ‘더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과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이승엽 선배도, 박병호 선수도 그런 과정을 거쳐 최고의 홈런타자가 됐다.

이 고백 속에 노시환이 찾는 답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홈런을 노리겠다는 노시환의 의지가 욕심이라는 벽에 부딪힐 수 있음을 김태균의 고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홈런을 노리기 위해 타격 포인트와 타이밍을 앞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걸 모르는 선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타이밍을 가져가면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삼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시환이 삼진을 각오하고 홈런만 노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노시환은 4번 타자다. 팀에 필요한 안타도 많이 쳐야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는 삼진을 감당할 수 있는지 자신할 수 없다.

김태균의 고백처럼 타격에는 정답이 따로 없다. 지금은 스프링캠프라는 점에서 노시환의 타격 메커니즘이 통할 수 있지만 정규 시즌에도 그 페이스가 이어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만큼 타격은 오묘하고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구성돼 있다.

노시환이 변화구 승부가 늘어날 정규 시즌에서도 지금처럼 홈런을 펑펑 쳐낼 수 있을까. 늘어나는 삼진에 대한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까.

노시환이 홈런 타자로 다시 업그레이드되기 전까지는 이처럼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고 하겠다.

레전드 타자도 쉽게 장담하지 못했던 홈런 비결이 그리 쉽게 찾아질 리 없다.

아직은 노시환이 확실한 길을 찾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펑펑 터지는 홈런을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미리 너무 들뜨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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