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대표 땅꾼 고영표가 낮게 그리고 현란하게 ‘캥거루 군단’ 호주를 상대한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9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호주를 상대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공식 본선 첫 경기를 치른다. 이날 선발투수로 한국은 KBO리그 최고의 우완 잠수함투수인 고영표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호주는 196cm 장신의 좌완 마이너리거 잭 오로플린을 선발로 예고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됐던 결과다. 앞서 일찌감치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의 일정에 맞춰 고영표의 스케쥴을 관리해왔다. 지난 6일과 7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렸던 오릭스-한신과의 대회 공식 평가전에서도 유일하게 고영표만이 등판하지 않았다. 호주전에 포커스를 맞췄던 대목이다.
고영표는 지난 시즌 KBO리그 kt 위즈 소속으로 13승 8패 평균자책 3.26의 성적을 기록했다. 13승은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으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kt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볼넷 허용이다. 고영표는 지난해 182.1이닝이란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23개의 볼넷만을 허용했을 정도로 매우 뛰어난 제구력을 보여줬다. 삼진 역시 많이 잡아낸다.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은 2017년 이후 프로 1군에서 모든 시즌 세 자릿수 이상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지난해는 역시 커리어 최다인 156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안정감도 발군이다. 고영표는 지난해 28번의 선발 등판에서 21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움직임이 매우 좋은 투심패스트볼, 리그 최고 수준의 체인지업과 함께 커브를 곁들여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높은 땅볼/뜬공 비율(1.86)을 기록했다. 현란한 움직임의 공들로 숱한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 덕분에 고영표의 별명은 ‘땅꾼’이다.
매우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덕분에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10일 일본전을 앞두고 있는데다 호주전이 첫 경기이기에 투수를 아끼면서도 위력적인 투수를 선택하면서 고영표가 낙점이 된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사이드암 투수가 흔치 않은 호주를 상대로 한 맞춤카드이기도 하다. 역대 한국은 김병현, 정대현과 같은 잠수함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다.
전력분석상 성향으로 본다면 호주 타자들의 천적이기도 하다. 호주 타자들은 체격조건이 뛰어나고 파워가 좋은 타자들이 많지만, 선구안이나 정확도 면에선 약점을 드러냈다.
호주에 어퍼스윙을 하는 성향의 타자가 많은 점도 고영표에겐 호재다. 릴리스포인트가 아래 낮은 공에서 시작하는 언더핸드 투수의 공의 궤적과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들의 궤적은 엇갈리기 마련이다. 스윙 매커니즘 상 히팅 포인트의 접점이 적기에 정말 정확한 타이밍에 맞지 않으면 범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고영표가 주의해야 할 점은 역시 장타 허용이다. 고영표는 2년 연속 10개 미만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는 단 7개의 피홈런 만을 내줬다. 거기다 지난해 피장타율 역시 0.351로 그리 높지 않은 편(리그 최소 11위)이었다. 하지만 국제대회의 특성상 무턱대고 휘둘러 맞은 ‘한 방’에 걸려 점수를 허용한다면 의외로 경기가 꼬일 가능성도 있다.
야수들의 주의점도 존재한다. 바로 수비에서의 집중력이다. 고영표의 최대 약점은 많은 안타 허용이다. 워낙 공격적인 투구를 하면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다보니 안타 허용 자체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피안타율이 0.269로 성적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스타일도 범타를 자주 유도하는 편이기에, 주자가 없는 상황은 물론이고 특히 주자가 출루했을 경우 더블플레이 등에서 내야수들의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 된다.
이제 핵잠수함은 출격 준비를 마쳤다. 어쩌면 WBC의 성패가 달린 1경기 호주전은 낮 12시부터 시작된다.
[도쿄(일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