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팀이 우선이다. LG의 우승을 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고 있는 오스틴 딘이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LG는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타자의 잇따른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장 지난해만 봐도 리오 루이즈(27경기 타율 0.155 1홈런 6타점), 로벨 가르시아(39경기 타율 0.206 4홈런 19타점) 등 두 명의 선수를 영입했지만, 성적에서 알 수 있듯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 결과 LG는 한 시즌 농사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포스트시즌을 외국인 타자 없이 치렀고,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야심차게 영입한 오스틴이 연일 맹활약하며 LG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오스틴은 20일 경기 전 기준으로 타율 0.336 4홈런 32타점을 기록 중이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844이며, 특히 득점권 타율은 무려 0.377에 달한다.
19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리며 LG의 3-1 승리를 이끈 오스틴은 “득점권 상황에서 크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타석에) 들어가려 한다. 상황을 생각하면 부담감이 들 수도 있다”며 “‘(단순히) 타석에 들어가 강하게 공을 쳐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다’라는 담대한 마음을 먹고 나온다. 그게 결과로 잘 이어지고 있어서 득점권 상황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이 승부처에서 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오스틴이 가장 빛난 순간은 LG가 0-1로 뒤지던 3회말이었다.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상대 선발투수 문동주의 초구 148km 슬라이더를 받아 쳐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단숨에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한 방이자,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에게 득점 지원을 해주는 순간이었다.
오스틴에게 이 같은 도움을 받은 켈리는 7회초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6피안타 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으로 한화의 타선을 봉쇄, 시즌 4승(2패)째를 올렸다. 오스틴은 “무엇보다 오늘은 득점권에서 좋은 타격을 해 켈리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 좋다”고 켈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구를 하다보면 잘 되든, 안 되든 흐름이 있다. 최근 몇 경기 동안 안 좋다가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라며 “그러다 보니 시즌 초처럼 다시 타격하는게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시즌 초때도 초구 공략을 많이 했는데, 흐름이 다시 와 초구 공략을 해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승타를 쳤을 당시, 오스틴은 김현수와 약속한 장난 섞인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김현수가 장난을 쳐 주니 마음 편하게 게임에 임할 수 있다. 팀에도 녹아들게 된다”며 김현수와 성적에 대한 내기를 했냐는 질문에는 “안 했다. 딱히 하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김현수가 어떤 선수인지 알기 때문이다. 굳이 타격으로 내기를 해 봤자 내가 질 것 같다”고 쾌활하게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가족들은 오스틴에게 큰 힘이 된다. 그는 “모든 공로를 아내에게 돌리고 싶다. 내가 야구장에 나와 운동할 동안 모든 집안일이라던지, 아이를 봐주는 것을 해주기 때문에 루틴대로 경기를 준비하고 시합에 임할 수 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남자이자 남편이 돼서 아내에게 보답하는 것 밖에 없다”면서 “아내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만난 사람 중에 최고의 여자가 아닌가 싶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최근 몇 년간 연이은 외국인 타자의 부진으로 ‘외국인 타자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긴 LG. 이 저주를 깨고 있는 오스틴 역시 스프링캠프 때부터 많은 팬들에게 SNS 메시지를 받으며 이를 알고 있었다. 그는 “물론 저주에 대해 알고 있다”며 “(주변에서) 탑클래스라고 하시는데 내가 벌써부터 그렇게 발언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언제 내려앉을지 모른다”고 자만을 경계했다.
끝으로 오스틴은 “한국에 와서 야구를 굉장히 즐기면서 하고 있다. 그 점이 좋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야구를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며 목표에 대해서는 “내가 잘하는 것은 후자이고, 전자는 무조건 팀이 우선이다. 팀이 다 같이 이겨 올해 챔피언십(한국시리즈)까지 가서 LG의 우승을 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힘을 줬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