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있을 국제대회를 생각한다면 아시안게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유력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KBO리그 레전드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의 아들이기도 한 이정후는 2017년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그해 신인왕을 받은 그는 2018년부터 2022시즌까지 5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빠르게 KBO리그의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342 59홈런 47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2다.
이러한 활약을 발판삼아 이정후는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할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완벽히 반등에 성공했다. 9일 경기 전 기준으로 성적은 55경기 출전에 타율 0.294 6홈런 31타점이다.
8일 고척 LG전에서도 이정후의 활약은 이어졌다. 3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한 그는 4타수 2안타 3타점을 2득점을 몰아치며 키움의 13-0 대승을 견인했다.
경기 후 만난 이정후는 “타격감은 쭉 좋았다. 지금은 계속 결과가 따라주다보니 좋아 보이는 것 같다. 좋은 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정후는 시즌 초 잘 맞은 타구들이 상대 야수들에게 잡히는 불운에 시달렸다. 이에 비해 최근에는 이러한 타구들이 안타로 많이 연결되며 상승세를 탈 수 있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잘 맞은 타구가 너무 많이 잡혀서 아쉽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잡혀서 신경을 안 썼다”며 “빗맞은 안타도 최근에는 나오고 있다. 잘 맞았을 때에도 (타구가) 외야를 뚫고 나가는 것 같아서 좋아진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정후는 또한 이날 KBO리그 통산 110번째로 개인 500타점을 돌파하는 기쁨도 누렸다. 특히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23세 8개월 1일), 김하성(24세 8개월 14일·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이른 나이(24세 9개월 19일)에 이 고지를 밟게 돼 그 의미를 더했다.
그는 “타점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앞에 주자가 나가야 할 수 있다. (오늘도) 1회부터 (김)준완이 형과 (김)혜성이가 출루를 해줘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뜻깊다. 저는 신인때부터 3년 차까지는 테이블세터(1, 2번 타순)에서 활동했고, 중장거리 타자라고 할 수도 없는 유형이었다. 23살부터 장타도 늘고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며 타점이 늘었다. 국민타자 및 메이저리거 선수와 함께 이름이 거론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멋쩍어했다.
9일 오후 2시에는 오는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여할 야구 대표팀의 24명 최종 명단이 공개된다. 최종 엔트리에는 국내 타자들 중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이정후의 이름 역시 올라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이정후는 이후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2020 도쿄 올림픽, 그리고 지난 3월 마무리 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한 바 있다.
이정후는 “처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갔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며 “어릴 때였고, 연령별 제한이 없을 때여서 올스타 선수들이 다 갔다. 때문에 갈 거라는 생각도 못 했고 초반에 발탁도 안 됐다. 나중에 대체 선수로 발탁이 됐다”고 처음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됐을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그 때랑은 상황이 달라졌다. 스스로도 신기하다”며 “뽑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일 뽑히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때까지 몸을 안 다치고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쉽게 한국은 이정후가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대회들에서 대부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4위에 머물며 노메달의 수모를 안았고, WBC에서도 지난 2013년, 2017년에 이은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과 마주해야 했다. 해당 대회들에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한국의 졸전으로 웃지 못한 이정후 역시 각오가 남달랐다.
“같이 가게 되는 선수들 중 WBC를 같이 했던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아시안게임이라고 가볍게 하면 안 된다. 아시안게임도 중요한 대회다.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까지 생각한다면 아시안게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정후의 말이었다.
[고척(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