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논란을 일으키며 ‘트러블메이커’로 불렸던 북한. 어렵사리 돌아온 국제 스포츠 무대였지만, 그들은 바로 말썽을 일으켰다.
23일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렸다.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있다(Heart to Heart, @Future)’를 슬로건으로 정한 이번 대회는 이후 10월 8일까지 16일 간 펼쳐진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열리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당초 이번 대회는 지난해 펼쳐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최근 항저우와 인근 지역에는 꾸준히 비가 내렸다. 당장 이날만 해도 오후까지 빗방울이 흩날렸다. 이로 인해 한때 실내로 옮겨 개막식을 치르자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빗줄기는 서서히 잦아들었다.
어렵사리 맞이한 행사인만큼 볼거리들이 넘쳐났다. ‘탄소 중립 대회’로 진행하겠다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의지가 담겨진 실제 불꽃놀이를 대신한 ‘디지털 불꽃놀이’가 눈길을 끌었다. 실제라고 해도 속을 정도의 불꽃놀이가 3차원 애니메이션 및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해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남송 시대부터 이어진 개최지 항저우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 준 공연도 한층 발전한 중국 과학 기술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공연의 배경은 항저우 첸탄강이었는데, 중국은 강의 밀물과 썰물을 통해 스포츠의 활력, 대회가 열리는 저장성의 정신, 시대 발전 등을 표현했다. 이는 무대 바닥에 설치된 스크린과 3D 입체 스크린을 통해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대회 마스코트가 등장하는 순간 인공 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대형 축구공, 농구공 등이 그라운드 안에 구현되기도 한 가운데 백미는 성화 점화였다.
남자 탁구 세계 1위 판전둥,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왕순 등 6명이 이날 성화 주자로 나섰고, 이중 마지막 주자 왕순은 온라인 성화 봉송에 참여한 1억500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표해 조직위가 창조한 ‘가상 현실 점화자’와 공동으로 불을 붙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단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분명히 있었다. ‘말썽꾸러기’ 북한이 주인공이었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 때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던 이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2022년까지 국제대회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 기간이 끝났고, 북한은 이번 항저우 대회를 통해 마침내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구본길(남자 펜싱)과 김서영(여자 수영)을 앞세운 대한민국 선수단이 16번째로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북한은 박명원(남자 사격), 방철미(여자 복싱)를 기수로 내세워 7번째로 입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손에 쥐어 있었던 ‘펄럭이는 인공기’였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0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로부터 북한 반도핑기구가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로 올림픽·패럴림픽을 제외한 국제대회에서 인공기의 게양을 금지당했다.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반도핑 기관에 대한 외부 감시단의 시찰 등 시정조치가 필요한데,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이러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항저우에서 북한의 일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2일 항저우 선수촌에서 진행된 공식 입촌식 행사에서는 북한 인공기가 게양됐으며, 북한 경기 현장마다 인공기가 펄럭였다. 이는 명백히 WADA의 규정을 위반한 행동이다.
이렇듯 북한이 규정을 어겼음에도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대회 개최국이 북한의 혈맹 국가인 중국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이 5년 만에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 복귀한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WADA는 즉각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WADA는 2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우리의 조치가 존중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관련 단체들과 접촉하고 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그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단체에 대해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북한은 계속해서 세계 반도핑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라며 “모든 국제연맹과 아시안게임 주최측인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OCA)와 같은 주요 행사 기구들은 북한의 규약 불이행의 결과에 대해 통보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