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같은 팀을 했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도 있었는데, 코트에서는 상대였기 때문에 경기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어제의 동료’에서 ‘오늘의 적’으로 바뀐 북한을 상대한 박지수가 소감을 전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은 29일 중국 항저우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C조 조별리그 북한과의 2차전에서 81-62로 이겼다. 앞선 1차전에서 태국을 90-56으로 완파했던 한국은 이로써 2승을 적립, 8강행 티켓을 예약했다.
박지수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는 18득점 13리바운드를 작성하며 한국의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또한 박지수는 205cm의 압도적인 신장을 지닌 북한 센터 박진아와의 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두게 됐다.
시작은 좋지 못했다. 박지수는 박진아와의 높이 싸움에서 밀리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 역시 2쿼터 중반까지 끌려갔다.
그러나 박지수는 무너지지 않았다. 2쿼터 후반 들어 다시 활발한 몸놀림을 과시했고, 결국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그럼에도 박지수는 자신의 활약보다는 초반 난조를 아쉬워했다.
경기 후 정선민 감독과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지수는 “추석이라는 큰 명절에 저희가 남·북전을 치르게 됐다.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조금 더 긴장한 상태로 (경기에) 들어갔는데 너무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제 페이스대로 1쿼터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4쿼터까지도 제 페이스대로 못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아쉽다”며 “중간에 (김)단비 언니가 주장으로서 우리 선수들을 하나로 잘 잡아줬다. 그래서 우리가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고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고맙다”고 공을 김단비에게 돌렸다.
여자농구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이날 상대했던 북한과 남·북 단일팀으로 출격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박지수는 이 시기 북한 로숙영과 합을 맞춘 바 있다.
다만 북한 선수들은 이번 대회 들어 한국 선수들과 대화는 물론이고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고 있다.
박지수는 “사실 5년 만에 만나 반가울 줄 알았는데, 따로 인사는 못했다. 대신 상대로서 두 팀 다 최선의 경기력으로 좋은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상대 선수들이 정말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코트에서는 상대이기 때문에 그냥 농구에만 집중을 했다”고 강조했다.
북한 선수들은 이번 경기에서 시종일관 거친 플레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도 흔들리지 않았다. 당당히 맞서며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이 배경에는 정선민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 북한이 거칠게 나올 것을 알고 있었던 정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몸 싸움을 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박지수는 “저도 감독님과 같은 생각이었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시합하기 전에 한 번 더 짚어주셔서 우리가 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만약 짚어주지 않으셨으면, 많이 밀렸을 것 같다”며 “저희도 생각을 하고 들어가 같이 몸 싸움을 벌였다. 사실 우리 리그도 몸 싸움이 강해서 (질문했던 기자가 표현한) ‘격투기’라고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전에서 박지수와 매치업을 벌였던 박진아는 비록 팀이 패하긴 했으나 29득점 17리바운드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박진아는 만 15세였던 지난 201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 이벤트 경기에서 9분 동안 9득점 8리바운드를 작성,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박지수는 “제가 미국에 있어서 남북 통일농구 경기할 때 못 갔었다. 오늘 처음 그 선수를 봐서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고, 어떤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상태였다. (상대하기)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조금 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는 “어린 나이지만, 좋은 선수인 것 같다. 제가 그 선수에 비하면 나이도 많아 조금 더 노련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제일 아쉽다”며 “키만 놓고 보면 중국 선수들도 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은 별로 없었는데, 제 플레이를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박지수는 이날 4쿼터 초반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돼 많은 우려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몸 상태가 괜찮냐는 질문에 “조금 통증이 있다. 바로 검사를 받아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