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을 꼭 이겼어야 했던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중국의 개최국 이점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김나지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77-83으로 패했다.
대한민국은 대회 전 마련한 금메달 시나리오가 무너졌다. 결승에서 만났어야 할 개최국 중국을 8강에서 상대하게 됐다. 중국을 꺾는다면 다음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은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나간 일은 잊고 새 시나리오를 써보자. 태국과 바레인의 맞대결 승자와 2일 8강 결정전을 치른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9시에 치러진다. 상대적으로 전력 우위에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8강 가능성은 적지 않다.
그러나 8강 결정전이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공식 일정에 따르면 2일 오후 9시에 경기를 치른 뒤 3일 오후 1시에 8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 만난다. 경기가 오후 11시에 끝난다면 14시간 뒤 중국전을 치르게 된다.
8강 결정전에서 가장 늦게 경기를 치르는 대한민국은 다음날 가장 빠른 8강전에 나서야 한다. 안 그래도 힘든 백투백 일정을 소화하는 동시에 가장 좋지 않은 조건을 안게 됐다.
대한민국에는 사실 14시간도 온전히 쉴 수 없다. 숙소 이동 시간, 식사, 치료 등 경기 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14시간보다 훨씬 적어진다. 즉 8강 결정전에서 얻을 피로도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채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
개최국이 갖는 또 다른 이점이다. 중국은 지친 대한민국을 8강에서 상대한다. 그들 역시 대회 전부터 정상 전력이 아닌 일본, 필리핀보다 대한민국을 경계했다. 중국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보다 더 좋은 대진은 없다.
대한민국은 태국 또는 바레인과 만나는 8강 결정전에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활용, 체력 안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태국과 바레인 모두 쉽게 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태국은 과거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활약한 타일러 램이 있다. 바레인은 1년 전 아시아컵에서 접전을 펼친 상대다.
그럼에도 최대한 많은 선수를 활용, 승리해야 할 대한민국이다. 일본전에서 불과 5초 출전한 김종규, 아예 기회조차 얻지 못한 변준형, 문정현 등이 나서야 한다. 더불어 많은 시간 뛰어온 허훈, 라건아 등 주축 선수들의 체력 회복 시간을 부여할 필요도 있다.
단 한 번의 패배가 2006년 ‘도하 참사’ 이후 17년 만에 최대 위기로 다가왔다. 한일전 특수성을 떠나 반드시 이겼어야 할 경기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무기력하게 패했고 이제는 다음을 바라봐야 할 차례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