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호랑이’ 이승현이 보여준 동료애는 아름다웠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1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대 체육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 결정전에서 88-73으로 승리, 8강에 진출했다.
패배는 곧 탈락으로 이어지는 토너먼트. 대한민국은 한일전 참패의 아쉬움을 지우고 바레인을 압도하며 당당히 중국의 옆에 섰다.
경기는 뜨거웠다. 치열한 접전이라기보다는 거친 몸싸움이 40분 내내 이어지며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 바레인은 과한 파울까지 저지르며 대한민국의 기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선수들은 바레인의 신경전에 휘말리지 않았고 오히려 슬기롭게 대처했다.
2쿼터 7분경 발생한 장면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얼마나 침착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부분이었다. 변준형이 아마드 라쉬드에게 안면을 가격당하며 쓰러졌다. 스틸 과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고의적으로 가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심판은 곧바로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선언했다. 그러나 라쉬드는 항의했고 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승현은 그를 향해 다가갔다. 몸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승현은 현명했다. 라쉬드에게 다가가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이때 대한민국과 바레인 선수들이 달려와 말렸고 그중 알리 하산은 이승현을 밀치며 평정심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먼저 손을 쓰는 순간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이승현은 참았고 하산은 참지 못했다. 여기서 보여준 이승현의 품격은 하산과 급이 달랐다. 결국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라쉬드에 이어 하산에게도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선언, 대한민국은 무려 4개의 자유투를 얻을 수 있었다.
33-20으로 앞섰던 대한민국은 자유투 4개 중 3개를 성공시키며 36-20으로 달아났다.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 이승현의 3점포까지 림을 가르며 39-20, 단숨에 19점차 리드를 챙겼다. 균형이 무너진 시점이었다.
이승현은 이날 팀 동료 변준형을 보호하는 동료애를 보여줌과 동시에 국제대회에서 흔히 실수할 수 있는 멘탈 관리에 있어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바레인의 거친 행위에 수차례 쓰러지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중심을 잘 잡았다.
이승현이 보여준 모습은 대한민국 선수들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바레인의 거친 파울에 심판진의 콜은 점점 소프트해졌다. 이로 인해 당연한 몸싸움에서도 파울이 불리는 등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하던 대한민국조차 손해를 봤다.
8강에서 만날 중국은 바레인보다 10배는 더 거친 팀이다. 특히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선 야수가 된다. 패배는 곧 탈락인 상황에서 대한민국만큼 동기부여가 강한 팀이 바로 중국이다. 최근 남자농구가 몰락하는 가운데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마저 내준다면 고개를 들 수가 없을 그들이다.
그렇기에 거친 몸싸움, 이로 인한 소프트콜은 대한민국이 중국전에서 견뎌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불리한 판정까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승패가 갈린다. 기량 면에서 차이는 크지 않다. 누가 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이겨내는지가 승자와 패자를 나뉘게 한다.
바레인전에서 보여준 이승현의 모습이라면 걱정이 없다. 대한민국에 농구 ‘공중증’은 이제 없다. 8강에서 중국을 만났다면 이기고 4강에 오르면 그만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