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아쉽게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지는 못했지만, 올해 공룡군단이 보여준 선전은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NC 다이노스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KT위즈에 2-3으로 패했다. 이날 결과로 시리즈 전적 2승 3패에 그친 NC는 최종 4위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비록 아쉽게 한국시리즈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NC는 올 시즌 충분히 유의미한 한 해를 보냈다. 개막 전 양의지(두산 베어스), 노진혁(롯데 자이언츠), 원종현(키움 히어로즈) 등 주축 자원들의 이탈로 최하위 후보로 손꼽혔지만, 이러한 예상을 비웃듯이 초반부터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시즌 내내 부상자들이 속출했지만, NC는 흔들리지 않았다. ‘슈퍼 에이스’ 에릭 페디가 30경기(180.1이닝)에서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작성, 투수진 중심을 잡아줬고, 이재학(5승 5패 평균자책점 4.54), 최성영(5승 4패 평균자책점 4.86) 등이 선발진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제 역할을 해냈다.
또한 이번 가을야구 들어 NC의 토종 1선발로 자리잡은 신민혁(5승 5패 평균자책점 3.98)과 우완 영건 이용준(3승 4패 평균자책점 4.30)마저 존재감을 드러내며 NC는 매력적인 선발진을 꾸리게 됐다.
불펜진도 견고했다. 마무리 이용찬(4승 4패 29세이브 평균자책점 4.13)이 건재한 가운데 김영규(2승 4패 24홀드 평균자책점 3.06)와 류진욱(1승 4패 22홀드 평균자책점 2.15)이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NC 투수진의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21.06으로 이는 10개 구단 중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타선은 신구조화가 돋보였다. 타율 0.339(551타수 187안타)로 데뷔 첫 타격왕과 네 번째(2012년, 2013년, 2017 2023) 최다 안타왕에 오른 손아섭을 비롯해 박건우(타율 0.319 12홈런 85타점), 박민우(타율 0.316 46타점 26도루) 등 베테랑 선수들이 잘 이끌었고, 김주원(타율 0.233 10홈런 54타점), 서호철(타율 0.287 5홈런 41타점) 등 ‘젊은 피’들이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시즌 막판에는 김형준(타율 0.236 6홈런 13타점)도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NC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령탑 강인권 감독의 지도력이 있었다. 지난해 감독 대행에 이어 올 시즌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강 감독은 특유의 ‘외유내강’ 리더십을 선보였다. 항상 온화한 미소와 함께하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았으며, 이는 NC를 ‘원 팀’으로 결집시켰다.
캡틴 손아섭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젊은 선수들이 고참들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하는 팀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유망주들은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었다. 경기 전 그날의 당번이 명언을 말하고 모두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명언 타임’도 NC 선수단 내 좋은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이 역시 손아섭이 만들었다. 그렇게 NC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팀이 됐다.
정규리그 4위(75승 2무 67패)로 나선 가을야구에서도 NC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2선승제·4위에 1승 부여)과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5위 두산(74승 2무 68패), 3위 SSG랜더스(76승 3무 65패)에 단 한 차례의 패전도 하지 않았다. 이후 기세가 오른 이들은 적지에서 진행된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도 모두 승전고를 울렸다.
이로써 지난 2020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올해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9연승을 달린 NC는 1987~1988년 해태 타이거즈가 두 시즌에 걸쳐 작성한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단 마무리는 아쉬웠다. 홈에서 펼쳐진 3, 4차전에서 KT에 모두 무릎을 꿇으며 상승세가 꺾였다. 거듭된 혈투로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졌으며, 정규리그 막판 타구에 오른 팔뚝을 맞은 페디도 피로감을 호소, 1차전을 제외하곤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NC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가을 들어 한 단계 성장한 선발투수 신민혁이 4.1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고, 타선도 3회초 서호철의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와 5회초 손아섭의 1타점 좌중월 적시타로 2점을 뽑아내며 KT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후 6회말 박병호의 병살타에 이은 김상수의 득점으로 리드를 허용한 NC는 9회까지 격차를 좁히지 못하며 끝내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KT에 내줬다. 하지만 이들의 선전은 팬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5차전이 끝나고 수원 KT위즈파크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기자와 만난 서울 출신 남성 NC팬 김시현 씨(38)는 “너무 자랑스럽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투혼, 열정적인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빨리 회복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눈시울을 붉힌 선수들을 사령탑은 끝까지 다독였다. 강인권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시즌 전 저평가를 받았지만,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경기하면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이 조금 아쉽기 하지만 잘 치뤄줬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NC의 2023시즌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강 감독이 이야기한 “행복한 여정,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말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행보였다. 이들이 올해 남긴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벌써부터 올 시즌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NC가 내년에 어떤 성적표를 작성할 지 궁금해진다.
[수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