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혁이 있기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가 허리 부상으로 빠져 있다. “링컨은 많이 안 좋다. 현재 좋은 상태가 아니다”라는 게 틸리카이넨 감독의 말.
그러나 틸리카이넨 감독은 큰 걱정 없이 10일 KB손해보험전을 준비했다. 임동혁이란 존재 때문. 임동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13경기에 나와 162점 공격 성공률 56.51%를 기록 중이었다. 공격 성공률은 리그 전체 1위.
특히 7일 우리카드와 경기에서는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인 29점에 공격 성공률 54.72%를 기록했다. 3세트에서는 역대 개인 한 세트 최다인 15점을 올리기도 했었다.
2020-21시즌부터 대한항공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은 임동혁은 외국인 선수가 주로 뛰는 아포짓 자리에서 한국 선수의 자존심을 지키는 선수다. 때로는 링컨을 대신해 선발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타팀 감독들은 오히려 링컨보다 임동혁이 선발로 나올 때를 더 경계하기도 한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링컨이 없어도 임동혁이라는 좋은 선수가 있다. 아포짓 자리에서 나오는 득점을 막아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임동혁을 봉쇄해달라고 주문했다”라고 경계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동혁이는 한국에서 제일 좋은 아포짓 스파이커다. 그리고 (마크) 에스페호도 아포짓 포지션에서 훈련과 경쟁을 임하고 있다”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베스트 옵션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동혁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1세트부터 임동혁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1세트에만 11점에 공격 성공률 68.75%로 펄펄 날았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도 10점에 공격 성공률 69.23%로 돋보였으나, 세트를 가져온 임동혁이 판정승을 거뒀다. 1세트를 끝내는 득점을 올린 이도 임동혁이었다.
2세트 초반 KB손해보험에 끌려갔다. 임동혁이 해결사로 나섰다. 12-14에서 퀵오픈 득점을 올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더니, 14-14에서는 이날 첫 서브에이스로 팀에 주도권을 안겼다. 이 서브에이스는 임동혁의 개인 통산 100번째 서브 득점. 19-19에서는 긴 랠리를 끝내는 득점을 올렸다. 이어 20-20에서는 상대 코트의 빈 곳을 두고 ‘툭’ 밀어 넣는 득점으로 상대의 진을 빠지게 했다. 임동혁은 22-22부터 27-26이 될 때까지, 팀의 모든 득점을 책임졌다. 전, 후위 가릴 것 없이 득점을 올렸다. 팀은 2세트 듀스 접전 끝에 패했지만, 임동혁의 활약은 빛났다. 임동혁은 2세트 12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무려 73.33%, 효율 역시 66.67%로 높았다.
3세트에도 팀이 밀렸지만, 임동혁이 공격에서 확실하게 끝맺음을 해줬다. 리시브가 흔들려도, 불안정하게 공이 올라와도 큰 문제 없이 득점을 올렸다. 11-11에서 연속 득점을 올리며 분위기를 대한항공 쪽으로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5-13에서는 서브에이스로 인천계양체육관 데시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18-16에서 후위 공격 득점을 올린 임동혁은 30점 고지를 밟았다. 임동혁이 30점을 넘긴 건 지난해 11월 20일 OK금융그룹전 이후 처음이었다. 통산 7번째.
4세트에도 펄펄 난 임동혁은 10-10에서 홍상혁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이날 경기 첫 블로킹 득점을 올렸다. 이어 12-13에서 득점을 올리며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 38점을 올렸다. 16-15에서 또 한 번의 득점을 올린 임동혁은 결국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다.
임동혁은 17-17에서 후위 공격 득점을 올리며 40점 고지를 밟았다. 국내 선수가 40점을 기록한 건 역대 7번째(박철우 50점, 김요한 43점, 나경복-서재덕 41점, 김요한-김학민 40점). 가장 최근에는 나경복이 2020년 11월 1일 OK금융그룹을 상대로 기록한 41점을 기록한 바 있다. 1134일 만이다.
이날 경기를 42점으로 마쳤다. 박철우, 김요한에 이어 국내 선수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3위에 자리했다. 성공률도 66%, 효율도 54.24%로 높았다. 팀의 1-3 역전패에도 임동혁은 빛났다. 43점을 기록한 비예나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동혁이는 너무나도 잘해줬다. 비예나를 상대로 잘 싸웠다”라고 격려했으며, 적장 후인정 감독은 “말처럼 쉽게 막을 수 없더라. 신장도 좋고, 타점도 좋다. 블로킹이 따라가주면 괜찮은데, 쉽지가 않더라”라고 웃었다.
이제는 국내 선수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3위에 자리한 임동혁, 박철우가 기록한 마의 50점에 도전한다.
인천=이정원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