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이기제 고집은 이제 끝인 것일까.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3-1 승리했다.
대한민국이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2골차 이상 승리한 건 1972년 태국 대회 이후 무려 52년 만이다. 당시 캄보디아를 상대로 4-1 승리한 후 오랜 시간 2골차 이상 승리는 맛보지 못했다.
더불어 바레인은 아시안컵 역사에서 대한민국을 꾸준히 괴롭혔던 난적. 실제로 이번 경기 역시 전반 막판까지 고전했던 대한민국이었고 황인범이 막힌 혈을 뚫으며 정상 경기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어진 이강인의 멀티골 활약 역시 대단했다.
그러나 옥에 티도 있었다. 클린스만 체제가 시작된 후 꾸준히 지적된 이기제 중용이었다. 이기제는 바레인전에서도 선발 출전, 왼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으나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조기 교체당했다.
이기제는 대한민국의 실점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후반 51분 부정확한 킥이 바레인의 스로인으로 이어졌고 이후 설영우와 정승현의 수비 위치 문제까지 겹치면서 결국 실점한 것이다.
물론 전반은 물론 후반 실점 이전까지도 이기제는 불안했다. 바레인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중심을 잡지 못했다. 패스 정확도는 87%(34/39), 그리고 지상 볼 경합은 16%(1/6)로 떨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빠른 결단을 내렸다. 실점 직후 이기제를 김태환으로 교체, 설영우와 자리를 바꿨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때를 기준으로 치고 나가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의 중요성은 입이 아플 정도로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동안 이기제가 공격성은 분명 클린스만 감독을 만족하게 했고 중용된 이유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아시안컵에선 이러한 부분이 전혀 나오지 못했다.
이기제는 분명 좋은 선수이지만 현재 경기력에 있어선 의문 부호가 가득했다. 그는 수원삼성에서 10월부터 전혀 출전하지 못했다. 벤치에 앉은 경우도 많지 않았다. 즉 10월부터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5번의 A매치에 출전한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를 신뢰했다. 그는 최종 명단 발표 직후 “이기제가 소속팀에서 힘든 시즌을 보냈다는 걸 알고 있다. 그가 왜 뛰지 못했는지는 우리가 신경 쓸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뒤지 못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기제는 대표팀 소집 때마다 보여준 태도, 그리고 경기에서의 역할 수행 등 부족함이 없었던 선수다. 본인 역할을 충분히 소화했다. 그리고 프로다운 자세를 보여준 선수다”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의 이기제 고집은 바레인전에서 철저히 실패로 드러났다. 바레인전은 자신이 지휘봉을 잡은 후 이기제를 가장 빠르게 교체한 경기였다.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대한민국은 바레인을 격파한 후 말레이시아를 4-0으로 꺾은 요르단과 상대한다. 요르단은 에이스 알 타마리를 중심으로 알 나이마트 등 공격진이 탄탄한 팀이다. 말레이시아는 요르단의 집요한 측면 공략에 무너졌다. 대한민국도 경계해야 할 부분. 클린스만 감독이 바레인에 고전했던 이기제를 다시 선택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