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사퇴 여론을 거절했다. 또 책임회피를 시전하면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 역시 문제가 없었다는 항변을 내놓았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전임 감독과 마찬가지 프로세스로 선임을 진행했기에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논리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공식 경질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 등에 문제가 많았음을 인정하며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정몽규 KFA 회장은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회장 사퇴 요구 여론에 대해선 정면으로 거절했다. 다만 내년 4번째 연임 가능성에 대해선 사실상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축구회관에서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공식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은 이날 오전 대한축구협회 임원들의 최종 회의를 거쳐 오후 정몽규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직접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은 “먼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인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 축구대표팀을 운영하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지는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아시안컵 대회 이후 클린스만 감독을 최종 경질하기로 결정한 과정을 전했다. 이어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는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최종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고 밝히며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 회장은 “축구 국가대표 팀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어 그 에너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야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하였고, 앞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입장문 발표 이후 진행된 추가 질의응답 기자회견에서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동시에 국민과 축구팬들에 의해 쏟아지고 있는 회장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정확한 ‘책임’에 대한 언급은 피하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피력했다.
입장문 발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잘못된 선임으로 한국 축구는 1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고 그동안 여러 시스템도 붕괴된 모습인데 그 책임을 어떻게 지실 생각인가’라는 취재진의 첫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종합적인 책임은 축구협회, 나에게 있다고 생각이 된다”면서도 “조금 더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조금 더 자세히 해서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며 구체적인 ‘책임’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후 진행된 추가 질의에서 직접적으로 ‘사퇴할 의향’이 없는지와 함께 내년 2월 차기 회장 선거에서 축협 회장 4선에 도전할 것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서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 벤투 감독의 경우에도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루거나 거절하고 제3순위 이렇게 후보로 해서 결정을 했다”며 갑작스럽게 지난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 할 때도 61명에서 24명으로 좁혀지다가 최종적으로 뮐러 전력 강화위원장이 5명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정했었다. 뮐러 위원장은 5명의 후보들을 인터뷰를 했었고 그리고 그 우선순위 1, 2순위의 2명에 대한 2차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결정했었다”며 사실상 뮐러위원장이 선임 과정을 책임졌다는 논리다. 그렇기에 정 회장 스스로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한 책임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듯한 답변이었다.
이어 4연임에 대해선 사실상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정 회장은 “그리고 연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2018년도 축구협회 총회 때 축협회장 임기를 3연임 까지로 제한하도록 협회 정관을 바꾼 적이 있다”면서 “그런데 그 당시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이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었다. 그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다”고 전했다.
201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은 정 회장은 이후 두 차례 단독 후보로 나서 2선과 3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내년 2월까지 3선 임기를 마치게 된다. 만약 내년 4선에 도전하게 된다면 대한축구협회의 상위기관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정 회장의 의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자신이 ‘3연임으로 축협 회장의 임기를 제한하려 했던 적이 있었다’는 언급으로 4선 도전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대답을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사퇴 대신 차기 회장과 전력강화위원장 선임 등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정 회장은 “축구 대표팀의 재정비가 필요한 때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년도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꾸려가기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바로 착수했다”면서 “이에 앞서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임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구)=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