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보다 듣고 싶었던 낭보였을 듯 하다. NC 외국인 투, 타 자원의 핵심인 카일 하트, 맷 데이비슨이 개막전부터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인권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이승엽 감독의 두산 베어스를 4-3으로 눌렀다. 이로써 첫 경기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챙긴 NC는 기분좋게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선발투수로 출격한 하트는 쾌투로 두산 타선을 봉쇄했으며, 데이비슨은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능력을 발휘했다.
먼저 196cm, 90kg의 당당한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하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4경기(선발 3경기) 출전 경험이 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는 7시즌 동안 143경기(119선발)에서 42승 47패 평균자책점 3.72를 올린 좌완 투수다. 다양한 구종과 구위를 바탕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능력이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올 시즌 NC의 1선발은 하트가 아닌 또 다른 좌완 외국인 투수인 대니얼 카스타노의 몫이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막판 몸살 기운을 앓은 카스타노가 계획대로 투구 수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그 결과 개막전 선발 등판의 기회는 하트에게 돌아갔다.
하트는 1회초부터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정수빈을 2루수 플라이로 요리했고, 헨리 라모스는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양의지마저 유격수 땅볼로 묶으며 삼자범퇴로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첫 실점은 2회초에 나왔다. 김재환을 중견수 플라이로 잠재웠지만, 양석환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강승호는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허경민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2사 1, 3루에 몰렸다. 여기에서 하트는 박준영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3루타를 헌납하며 순식간에 2실점을 떠안았다. 김대한을 1루수 플라이로 막아내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3회초 들어 하트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정수빈(좌익수 플라이), 라모스(중견수 플라이), 양의지(삼진)를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4회초 역시 김재환(좌익수 플라이), 양석환(1루수 플라이), 강승호(중견수 플라이)를 차례로 잠재우며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5회초에도 안정감은 이어졌다. 허경민(3루수 땅볼)과 박준영(삼진), 김대한(투수 땅볼)을 연달아 잡아냈다. 6회초에는 정수빈과 라모스를 각각 삼진, 2루수 플라이로 묶은 뒤 양의지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재환을 유격수 땅볼로 막아냈다.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하트는 양석환을 삼진으로 이끌었다. 이어 강승호에게는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내주며 잠시 위기에 몰리는 듯 했으나, 허경민과 박준영을 각각 1루수 땅볼, 2루수 플라이로 유도, 추가 실점하지 않은 채 이날 경기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7이닝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 총 91개의 볼을 뿌린 가운데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km로 측정됐다. 비록 0-2로 뒤진 상황에서 물러나 시즌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지만, 하트의 역투는 NC가 경기 중, 후반까지 팽팽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있어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빅리그에서 54개의 아치를 그렸고, 마이너리그에서도 226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낸 데이비슨 역시 이번 경기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그는 양 팀이 3-3으로 팽팽히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이날 5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승부처라 충분히 떨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데이비슨은 흔들리지 않았다. 상대 우완 불펜 투수 정철원의 초구 147km 패스트볼을 받아 쳐 3-유간을 꿰뚫는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켰다. NC의 올 시즌 첫 승리를 이끄는 한 방이자 앞선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친 아쉬움을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하트와 데이비슨의 존재감은 올해 NC에 매우 중요하다. 이중 하트는 카스타노와 더불어 지난해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마크한 ‘슈퍼 에이스’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데이비슨의 임무도 막중하다. NC는 손아섭, 박민우, 박건우 등 리그 최고의 교타자들을 보유했지만, 비교적 장타자들은 부족하다. 데이비슨은 이러한 NC의 ‘한 방’을 책임져 줘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날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맹활약을 펼치며 강인권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과연 두 선수가 앞으로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NC의 선전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NC의 우완 마무리 투수 이용찬은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0구 승리투수’가 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상황은 이랬다. NC는 3-3으로 맞선 9회초 2사 후 우완 불펜 류진욱이 허경민에게 안타를 맞자 이용찬을 마운드로 불러 올렸다. 두산도 허경민 대신 이유찬을 대주자로 출격시켰다.
후속타자 박준영과의 대결을 앞둔 이용찬은 1루로 재빠르게 견제구를 날렸고, 이유찬을 잡아냈다. 두산은 즉각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후 NC가 9회말 데이비슨의 끝내기 안타로 4-3 승전보를 완성하며 이용찬은 기분좋은 승리를 챙기게 됐다.
역대 KBO리그에서 공 1개 던지고 승리투수가 된 사례는 24번 있었으나 투구 수 ‘0’으로 승리투수가 된 것은 이용찬이 처음이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