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영(29)은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진행된 아시아 유망주 선발대회 Road to UFC 시즌1 페더급(-66㎏) 우승으로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에 입성했다.
아마추어 포함 2013년부터 10승 1패 및 제2대 로드FC 페더급 챔피언으로 1차 방어 성공. 데뷔 후 7년차까지 쌓은 파이터 경력은 충분히 UFC 직행을 노려볼 만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불운이 겹치면서 RTU가 열리기 전까지 어떤 경기도 뛰지 못했다.
18살에 종합격투기를 시작하여 24세에 대한민국 무대를 평정했지만, 본격적인 메이저대회 진출 도전은 27살에야 한 것이다. 게다가 RTU는 8강 토너먼트 방식이라 패배는 곧 탈락이다.
이정영은 너무도 간절했다.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한 무릎 문제를 숨기고 RTU 시즌1에 참가한 이유다. 상대가 들어오면 주짓수 공격이나 주먹으로 반격하는 전략으로 준준결승·준결승 2경기를 합계 78초 만에 팔가로누워꺾기 및 펀치 KO로 이겼다.
그러나 적이 위협적인 카운터를 의식하고 나온 결승전은 5분×3라운드를 끝까지 치를 수밖에 없었다. 유효타 횟수 25-24 및 성공률 43%-41%로 2-1 판정승을 거뒀지만, 그래플링 우위 시간은 50초-8분 19초로 열세가 확연했다.
무릎을 뜻대로 사용할 수 없어 최대한 주변 근육을 활용해 버텼지만, 아무래도 레슬링 공방 등 그라운드 상황에 원활히 대처하긴 어려웠다. RTU 시즌1 토너먼트 제패로 정식 계약을 따낸 이정영은 수술과 재활을 거쳐 2024년 2월 UFC on ESPN+ 93에서 데뷔했다.
결과는 만장일치 판정승. 심판 3명이 다 30-27로 채점할 만큼 Cage Fury 챔피언을 지낸 블레이크 빌더(34·미국)를 압도했다. 유효타 49-19 및 적중률 59%-35%뿐 아니라 3차례 테이크다운을 시도하여 2번 성공하는 등 무릎 상태가 한결 나아진 것 또한 긍정적이다.
이정영은 블레이크 빌더 레슬링 공격 3회 역시 모두 저지했지만, 정작 그래플링 우세 시간은 4분 29초-5분 18초로 더 적었다. 넘어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리한 포지션을 지키고 만들기 위한 세밀한 그라운드 기술을 구사할만큼 무릎이 완전히 다 나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정영은 MK스포츠를 통해 “레슬링과 주짓수를 깊이 있게 훈련하지 못했다. 킥도 많이 찰 수 없었다. 아직 무릎이 100%는 아니라고 느껴진다”며 UFC on ESPN+ 93을 돌아봤다.
물론 좋아지는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 이정영은 “부문별 피지컬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고 있다. 그래플링을 제대로 훈련하기 위한 계획 또한 수립했다. 다음 UFC 경기는 발차기 비중을 늘릴 수 있을듯하다”며 무릎 컨디션 회복을 최대한 활용할 뜻을 밝혔다.
23세 11개월 30일(8765일)의 나이로 2019년 11월 주짓수 블랙벨트가 된 것은 여전히 한국인 최연소 승단 기록이다. 완치가 아닌 무릎으로 치른 UFC 데뷔전 레슬링 승률 83.3%(5/6)가 말해주듯 그래플링에 상당한 재능이 있다.
이정영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종합격투기선수이기를 원한다. UFC 2번째 경기는 좀 더 빈틈없게 실력을 발휘하겠다”며 데뷔전 완승에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인 최연소 블랙벨트는 빨리 시작한 덕분이란 생각뿐입니다. UFC에는 주짓수를 잘하는 파이터가 많습니다. 종합격투기에서 그들한테 항복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ADCC 서브미션 파이팅 월드챔피언십 같은 해외 그래플링 대회 출전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 이정영 -
26년 역사의 ADCC 서브미션 파이팅 월드챔피언십은 가장 권위 있는 그래플링 대회다. 한국인 UFC 현역 선수 참가는 2013년 제10회 세계선수권 –88㎏ 예선 통과 후 본선 16강에서 탈락한 김동현(43)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강대호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