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31·대전하나시티즌)의 날이었다.
대전은 9월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시즌 K리그1 29라운드 광주 FC와의 맞대결에서 2-0으로 이겼다.
대전 수문장 이창근은 네 차례 선방을 기록하며 팀의 무실점 승리에 앞장섰다. 백미는 후반 27분이었다. 광주 스트라이커 이건희가 아사니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다. 이창근이 골문 구석으로 향한 공을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쳐냈다.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이창근의 활약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대전이 1-0으로 앞선 후반 34분이었다. 이창근이 아사니의 코너킥을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잡아냈다. 이창근은 빠르게 상대 우측 부근으로 킥을 날렸다. 이 공이 광주 수비 뒷공간을 향해 뛰기 시작한 김인균에게 향했다. 김인균이 빠른 드리블로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진입한 뒤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골키퍼 이창근의 도움이었다.
대전은 이창근의 맹활약에 힘입어 K리그1 최하위(12위)에서 탈출했다. 대전은 무려 3계단 뛰어올라 9위에 자리하며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대전은 4경기 무패(3승 1무)행진도 이어갔다. 대전의 K리그1 잔류에 앞장서고 있는 이창근의 얘기를 들어봤다.
Q. 광주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이긴 것도 좋지만 무실점했다. 무실점 승리라서 2배 더 기쁜 듯하다. 팀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성장하는 게 보인다. 경기 후 선수들과 이야기했다. ‘여기서 절대 만족하지 말고 더 뛰자’고. 아직 경기 수가 많이 남아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 늦추지 않겠다.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가져다드리겠다.
Q. ‘실점이다’ 싶은 걸 여러 번 막아냈다. 후반 27분 이건희의 헤더를 막아냈을 땐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있는 모든 이가 놀랐다.
이건희 선수는 득점력이 있다. 이건희 선수를 향해 정교한 크로스가 날아왔다. 그 상황에선 무조건 헤더였다. 헤더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반응했다.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것 같다. 솔직히 다시 막으라고 하면 못 막을 공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떻게 막았나 싶다.
Q. 광주전에서 공격 포인트까지 기록했다. 후반 34분 아사니의 코너킥을 잡아내자마자 정교한 골킥으로 김인균의 골을 도왔다. 연이은 선방에 이어 도움까지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는데.
공을 잡는 순간 역습이란 걸 알았다. 곧바로 (김)인균이가 보이더라. 다른 선수였으면 안 찼을 거다. 인균이와 훈련 때부터 맞춰본 게 있었다. 인균이의 스피드, 결정력을 믿었다. 인균이가 우리 팀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인균이에게 공을 연결해서 골이 된 거다. 인균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Q. 훈련 때 김인균과 이와 같은 역습을 연습하고 있는 건가.
연습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한다(웃음). 인균이에게 “우리가 연습했던 걸 꼭 한 번 실전에서 보여주자”고 했었다. 공을 잡는 순간 인균이가 보였던 게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Q. 광주전에선 전반전부터 대단한 압박을 보여줬다. 대전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고 경기를 잘 풀어갔다. 1주일 전인 8월 25일 김천상무 원정에선 전·후반 경기력이 극명하게 갈리지 않았나. 대전이 0-2에서 2-2로 따라붙긴 했지만 황선홍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만족하지 못한 경기였다. 광주전을 준비한 1주일 동안 선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황선홍 감독님이 ‘무한 경쟁’ 체제를 확실하게 말씀하셨다. 김천전을 마치고 마음을 다잡았다. 우린 A, B팀으로 나누어서 자체 경기를 한다. 모든 선수가 죽자 살자 했다. 진짜 실전보다 더 실전같이 부딪혔다. 우리가 흘린 땀과 절실함이 광주전에서 잘 나오지 않았나 싶다. 준비를 잘한 것 같다.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한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나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그런 아쉬움을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후회해도 소용없지 않은가. 그런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준비해야 팬들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지 배웠다. 전·후반 경기력이 극명하게 갈렸던 김천전이 큰 공부가 됐다.
Q.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휴식기 이후 4경기 무패다. 3승 1무다. 강등권에서도 탈출했다. 대전이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고 있다는 게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창근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선수들이 황선홍 감독님의 전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감독님이 어떤 목적을 갖고 경기를 준비하시는지도 알게 됐다. 이전까지 잘 안된 부분들이 개선되고 있다. 부족한 점이 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광주전처럼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내보일 수 있어야 한다.
9월 A매치 휴식기 후 강력한 상대인 FC 서울을 원정에서 만난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실 것이다. 감독님을 따라서 서울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
Q. 9월 A매치 휴식기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보낼 것인가.
일단 잘 쉬겠다. 훈련장으로 돌아와선 서울전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감독님을 믿고 따르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Q.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무려 11명이 새롭게 합류하지 않았나.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듯한데.
맞다. 처음엔 너무 복잡했다. 선수들끼리 발이 너무 안 맞았다. 올여름 이적 시장 전엔 감독님도 갑자기 바뀌었다. 고생을 많이 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 점차 맞아들어가고 있다. 감독님이 구현하고자 하는 축구를 이해하고 있다. 그 이해도가 높아지는 게 경기력과 결과를 모두 잡아내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Q. 축구계에선 ‘역대급 순위 경쟁’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선수들도 순위표를 챙겨보고 있나.
물론이다. 나는 ‘다음 경기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선다. 항상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다. 기회란 단어를 마음속에 품으면 나도 모르게 여유란 게 생기더라. 내겐 오늘 경기가 K리그1 잔류를 결정할 최종전이다. 나는 우리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골문을 지킨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매 순간 절실해야 한다.
Q. 이창근은 대전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 선수다. 대전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팬들에게 매번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 그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죄송했다. 우리 팬들은 대전이 몇 위에 있든 우승팀처럼 응원을 해주신다. 많은 분이 보고 계시지 않나. 항상 감사드린다. 이제 우리 차례다. 우리가 팬들을 웃게 해드려야 한다. 결과가 필요하다. 이 분위기 잘 유지해서 부끄럽지 않은 대전을 만들어가는 데 이바지하겠다. 매 순간 절실하게 준비하겠다.
[대전=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