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현(KT위즈)과 김택연(두산 베어스)의 시선은 벌써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로 향해 있었다.
지난 2006 WBC 4강 진출,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등 2000년대 중반부터 상승세를 타며 야구 인기에 불을 지폈던 한국 야구는 요 근래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13 WBC, 2017 WBC에서 모두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며,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도 4위에 그쳤다.
이후 2023 WBC에서도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자 한국 야구는 류중일 감독과 함께 대표팀 세대교체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펼쳐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는 각각 우승, 준우승을 달성하며 소기의 성과도 확인했다.
하지만 최근 마무리 된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는 또다시 세계와의 격차를 확인한 한국 야구다. 이들은 슈퍼라운드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대만,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한국의 젊은 불펜 투수들은 다른 나라들과 경기에서도 씩식하게 공을 던지며 경쟁력을 확인했다. 그 중 박영현과 김택연은 벌써부터 2026 WBC를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박영현은 2022년 1차 지명으로 KT의 부름을 받은 우완투수다. 데뷔 시즌 52경기(51.2이닝)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3.66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2023시즌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8경기(75.1이닝)에 나서 3승 3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2.75와 더불어 32홀드를 수확, 홀드왕에 올랐다. 이후 올 시즌에는 마무리 투수를 맡아 66경기(76.2이닝)에 출전해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 KT의 뒷문을 단단히 잠갔다.
프리미어12에서도 박영현의 활약은 이어졌다. 쿠바전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올렸고,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는 1.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겼다.
이후 박영현은 호주전에서도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기며 대회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3경기(3.2이닝) 출전에 1승 1세이브 2피안타 6탈삼진 평균자책점 0.00. 대회 도중 류중일 감독이 “박영현은 우리 팀에서 구위가 가장 좋다. 앞으로 팀에 가서 마무리할지, 선발로 전환할지 모르겠지만 마무리를 한다면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거라 믿는다”고 극찬할 정도의 대단한 피칭이었다.
계속된 호투 덕분인지 자신감도 차올랐다. 지난달 26일 KBO 시상식에서 승률상을 받은 박영현은 “류중일 감독님이 ‘네가 가장 좋아서 마무리 투수로 쓴다’고 해주신게 기억난다. 덕분에 자부심을 느꼈고, 책임감도 커졌다”며 “좋은 마무리 투수 형들이 많았는데 구위를 인정해주셨다. ‘네가 아니면 못한다’고 격려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 중대한 임무를 안았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생각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놀랐다. 베네수엘라가 야구를 너무 잘해 놀랐다.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을 상대할 때에는 한편으로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마운드 위에서는 두려움을 내려놓고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패스트볼을 많이 던졌다”며 “(대표팀) 마무리 자리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욕심은 없다. (2026 WBC가 열리는) 2년 뒤에도 (김)택연이, (조)병현(SSG랜더스)이 형 등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대표팀 승선, 보직 등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일단 가서 잘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두 눈을 반짝였다.
다만 김택연은 프리미어12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024년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그는 올 시즌 60경기(65이닝)에서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마크한 우완투수다.
올해 신인왕을 받을 정도로 자신의 잠재력을 과시한 김택연이었지만, 프리미어12에서는 흔들렸다. 쿠바전에서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하고 2개의 피홈런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이후 일본전과 호주전에서는 각각 0.2이닝 무실점을 올렸지만, 대회 최종 성적은 평균자책점 20.25로 남았다. 김택연은 이를 동기부여로 삼고 있었다.
김택연은 “(프리미어12를 통해) 정말 많은 교훈을 얻었다. 저에게는 정말 뜻 깊었던 국제대회다. 제가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승부할 수 있는 컨디션이라 생각해 과감히 승부했는데, 많이 맞아나갔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대회를 통해 느꼈다”면서 “아직 성장할 길이 많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마지막에 그런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안주하지 않고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 더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국제대회 때 좀 안 좋은 모습도 보였지만, 다음 국제대회 때 만회하기 위해 준비를 잘할 것이다. (2026 WBC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있기에 좋아질 시간,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대만이 이번에 우승했지만, 우리나라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2026년에는 우리 팀도 그렇지만 대표팀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게 뽑힌다면 잘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택연은 “(2026 WBC에서) 상대해 보고 싶은 타자가 있다기 보다는 일단 이번에 졌던 일본, 대만 경기를 이기고 싶다. WBC는 더 어려운 멤버가 나온다. 어렵겠지만,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준비 잘한다면 잘할 수 있다. 누구를 골라 상대할 처지는 아니기 때문에 1이닝을 나가든 0.1이닝을 나가든 한 타자, 한 타자 전력투구로 상대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과연 벌써부터 2026 WBC를 응시하고 있는 박영현과 김택연은 해당 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