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못 막는다!
한화 이글스가 26년만에 10연승에 도전한다. 전국 대부분에 비 소식이 있지만 9일 한화는 우천 여부와 상관 없는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하기에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린다.
한화의 입장에선 구단 연승 역사를 새롭게 다시 쓰는 의미 있는 도전이 진행 중이다. 앞서 한화는 7일 대전 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파죽의 9연승을 달린 바 있다. 동시에 한화는 24승 13패를 기록하면서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2-5로 패한 LG 트윈스(23승 14패)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한화가 9연승을 달린 것 역시 지난 2005년 6월 4일 두산 베어스~6월 14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20년 만었다. 그리고 이제 한화는 지난 20세기에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10연승의 구단 역대 기록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한화는 구단의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였던 1999년 당시 현대 유니콘스전(9.24)~삼성(10.5)까지 10연승을 내달린 바 있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꺾고 왕좌에 올랐다. 20세기에 거둔 해당 승리는 한화의 유일한 한국시리즈 우승인 동시에 마지막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만약 한화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꺾는다면 무려 26년만에 10연승 기록이 다시 탄생한다. 당시 연승 기록이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과도 연결된 좋은 이정표였단 점에서 이제 세기를 넘어 독수리 군단의 도전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중대한 경기 한화의 선발 투수란 중책을 맡은 것은 78억 몸값의 사나이 엄상백이다. 2015년 KT 1차 지명을 받고 지난해까지 줄곧 한 팀에서 뛰었던 강속 사이드암 투수였던 엄상백. 그는 지난해 겨울 4년 총액 78억원이란 대형 FA 계약을 맺고 한화로 이적했다.
하지만 엄상백은 이적 후 첫 3경기서 모두 패전을 당하고 QS 투구에도 실패하면서 한화 팬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그러나 4월 18일 NC전 5이닝 4실점 승리 이후 같은 달 25일 KT전 6이닝 1실점, 5월 2일 KIA전 5이닝 2실점 등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엄상백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 한 차례 키움을 상대했다. 바로 지난 4월 12일 3이닝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을 당했던 경기다. 당시 대전 홈구장에서 키움에게 고전한 끝에 조기에 마운드서 내려온 기억을 설욕해야 할 차례다.
반대로 키움 입장에선 안방 홈에서 한화의 10연승 기록 도전의 제물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고척 홈에서 KIA를 상대로 3경기 동안 28실점을 하는 등 마운드가 난타 당한 터라 9일 경기 선발 출격할 토종 에이스 하영민의 어깨가 더 무겁다.
특히 하영민은 올 시즌 기복 있는 투구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8경기서 4승 4패 평균자책 5.57을 기록 중인데 호투해서 승리 투수가 된 4경기서는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1실점 이하만을 하는 완벽투를 펼쳤다. 무실점 투구도 6이닝 무실점과 7이닝 무실점 투구 각각 한 차례씩 있다.
하지만 하영민은 실점한 4경기서 각각 8실점, 6실점, 6실점, 5실점(4자책)을 하는 등 무너질 때는 와르르 무너졌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3일 KT전서도 4.1이닝 9피안타 5볼넷 4탈삼진 8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던 터라 하영민 개인에게도 설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화의 입장에선 연승과 함께 지키고 싶은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 바로 1위다. 7일 한화는 시즌 최초로 단독 1위에 올랐다. 그전까지는 2위 LG 트윈스가 꾸준히 선두를 지켜왔다. 그러다 지난달 19일 파죽지세의 모습을 통해 한화가 공동 2위로 올라서면서 LG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3일부터 한화는 8연승을 거두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당시 9연승에 성공하지 못하고 2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4월 26일부터 다시 연승 기어를 올렸고, 20년만에 9연승의 기적을 팬들에게 선물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한화는 선두 수성과 함께 10연승을 통해 또 하나의 기적의 야구를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